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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물가와 GDP

[글로벌 인터뷰]"코로나19 최악의 시나리오는 전세계 GDP 10% 증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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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팬더믹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스페인 독감에 대해 연구 중이다. [중앙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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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우 전 세계 총생산의 10% 혹은 그 이상이 사라질 수도 있다.”

로버트 배로(Robert Barro·75)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가 25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에 대한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경제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과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치사율과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을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배로 교수는 다른 연구진과 함께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을 연구 중이다. 당시 1차 세계 대전(1914~1918년)·대공황(1930년대)과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에 아직도 스페인 독감이 각국 사망률과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영향에 대해 학계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배로 교수에 따르면, 스페인 독감 당시 한국·미국·스페인·중국·인도 등을 포함한 전 세계 43개국에서 총 3900만명이 사망했다. 당시 인구의 2%에 해당하는 규모로, 만약 코로나19 가 동일한 치사율을 기록할 경우, 전 세계에서 총 1억5000만명이 사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배로 교수는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해당할 뿐”이라며 기자를 안심시켰다. 케임브리지 인근 자택에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배로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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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지난해 말 하버드대 캠퍼스에서 만난 이후 세계 경제가 갑작스러운 바이러스 공포에 몸살을 앓고 있다.

A : “그래서 요새 COVID-19(코로나19)와 관련한 연구로 정신이 없다.”

Q : 한국과 중국 등에서는 코로나19 확장세가 줄어들고 있는데.

A : “안심하기는 이르다. 스페인 독감은 2년간 세 차례의 확장 시기를 거쳤다. 1918년 봄 최초 발병이 시작된 이후 한동안 잠잠해졌다가 같은 해 9월 확진자 수가 급증했다. 이때 사망률이 가장 높았으며 1919년 1월까지 반 년간 지속됐다. 마지막은 1919년 2월부터 1920년 6월까지 1년 반 가까이 발병했다.”

Q : 1차 세계 대전이 스페인 독감에 영향을 미쳤나.

A : “독감이 초반에 빠르게 확산한 이유는 1차 세계대전 때문이다. 당시 집단 생활하는 군인들과 이들의 도시 간 이동은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게끔 영향을 줬다.”

Q : 스페인 독감은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쳤나.

A : “1870년 이후 세계 거시경제에 가장 큰 쇼크를 준 세 가지 사건은 1·2차 세계대전과 대공황이다. 그리고 스페인 독감은 그다음으로 세계 경제를 강타한 사건이다. 주요국의 연간 GDP와 소비가 각각 평균 6%, 8%씩 줄었다. 미국의 경우 GDP가 1918년부터 1921년까지 12%나 감소했다.”

Q : 올해 세계 총생산이 6%나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인가.

A : “정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다. 아울러, 1년 안에 종식되기 어렵기 때문에 과거 사례 처럼 몇년간의 경제적 여파를 고려해야 한다. 장기전으로 확산될 경우 2~3년에 걸쳐 10% 이상의 GDP 수축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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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페인 독감과 코로나19를 비교한다면.

A : “둘 다 강한 전염성을 기반으로 팬더믹으로 확산됐다. 과거 스페인 독감 발병 때도 많은 유명인의 사망으로 사회적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할아버지인 프레드릭 트럼프 등이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했다. 이밖에 영국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미국 영화배우 메리 픽포드 뿐 아니라 1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와 영국을 이끈 정치인들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만 두 바이러스에 차이점도 있다. 스페인 독감의 경우 기저 질환이 없는 젊은층의 사망률이 높았다. 이 때문에 당시 경제에 미친 악영향이 더 컸을 것으로 본다.”

Q : 스페인 독감이 당시 경제뿐 아니라 정치에 미친 영향도 있나.

A : “물론이다. 스페인 독감이 미국에 미친 악영향 때문에 당시 미국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1913~1921년 재임)은 베르사유 조약 체결 당시 강경한 입장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독일에 지나친 압박을 가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스페인 독감이 2차 세계 대전 발발에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Q : 스페인 독감 발병 당시 방역에 가장 성공한 나라가 있나.

A : “호주는 신속한 검역 강화로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팬더믹을 피했다. 단순히 지리적으로 멀기 때문은 아니다. 인접한 뉴질랜드만 봐도 사망률이 꽤 높았고, 전 세계 사망자 중 43%가 인도에서 나왔다. 총 1670만명이 사망했다. 그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 곳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네시아 순서다.”

Q : 스페인 독감 때와 지금은 의학·방역 면에서 놀랍게 발전했는데.

A : “그래서 100년 전 발병한 스페인 독감 때 사망률과 거시경제에 미친 영향력이 지금 시점에 재현되는 건 최악의 시나리오다. 다만,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새로운 질병 앞에 인류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해당 바이러스를 잡지 못한다면, 다른 의술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결국 치료제가 빨리 나와야 한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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