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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인스타에 n번방 청원 올렸더니…의문의 연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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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공론화 위해 대중들 SNS로 해시태그 운동

국민청원 최대 기록 세웠지만…인스타그램 관련글 연쇄 삭제

인스타그램 측 "신고하면 삭제 검토…n번방 게시물 특정한 적 없다"

"연동된 스토리로 릴레이 해시태그…삭제된 게시물 영향 있을 것"

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노컷뉴스

텔레그램 n번방 청원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게시한 엑소 찬열. 왼쪽은 n번방 관련 청원이 삭제됐다며 사용자가 올린 인스타그램 스토리. (사진=인스타그램,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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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 사건 관련 청원이 SNS를 통해 거세게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스타그램에서 청원 독려 관련글이 이유 없이 삭제돼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n번방은 미성년자·사회초년생 수십여명을 협박해 성착취 영상물을 촬영, 이를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판매한 성범죄 사건이다.

언론 보도를 통해 사건이 수면 위에 드러나면서 SNS에서는 n번방 관련 청원 운동과 앞으로 이 같은 성범죄 재발을 막기 위한 강력한 입법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올라온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은 23일 230만 명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청원 숫자를 갈아치웠다.

이밖에 n번방 가입자로 추산되는 26만명 전원의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청원도 160만 명을 넘어섰다.

'n번방 창시자인 갓갓·와치맨, 개인정보조회에 가담했던 사회복무요원까지 처벌해달라'는 청원과 n번방 회원들에 대해서도 법적 처벌해달라는 청원들 역시 합산 80만 명에 육박한다.

청원자들은 n번방 운영자들은 물론이고, n번방 성범죄 영상물을 '소비한' 이들 역시 공범이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n번방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n번방 청원이 이렇게 힘을 얻을 수 있었던 데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퍼진 '해시태그' 운동 덕분이 컸다. 각계 유명인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이 '#N번방_전원처벌하라_전부_가해자다' '#N번방_박사포토라인_공개소환' 등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해 청원 참여를 독려하고 n번방 사건의 심각성을 알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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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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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라진 게시물들에 n번방 검열 의혹…"특정한 적 없다"

인스타그램 이용자들은 실시간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스토리'에 청원을 올리거나, 따로 게시물을 작성해 해시태그 운동에 참여했다. 그런데 지난 22일부터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n번방 관련 스토리와 게시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삭제됐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사용자들은 스스로 '삭제'를 한 적이 없음에도 스토리와 게시물이 계속 사라져 인스타그램 자체적으로 이를 차단·삭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일단 인스타그램은 선제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스토리나 게시글을 차단·삭제하지 않는다. 신고가 들어오면 2단계에 거쳐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따라 최종 차단·삭제를 결정한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23일 CBS노컷뉴스에 "플랫폼 차원에서 먼저 스토리나 게시글을 삭제하는 경우는 없다. 일단 신고가 들어와야 검토가 가능하다"면서 "AI(인공지능)를 거쳐 최종적으로 리뷰팀에서 신고된 콘텐츠의 맥락을 파악해 삭제가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n번방 등 페미니즘 이슈와 관련된 게시물 검열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n번방이나 페미니즘 관련 스토리나 게시물을 특정해 다른 잣대나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만약 부당하게 삭제됐다고 생각한다면 재검토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특히 n번방 해시태그 '총공'(총공세의 줄임말)으로 게시된 스토리는 상대방의 아이디를 태그해서 연결되는 방식이라 한 사람의 스토리가 삭제된다면 연쇄적으로 삭제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실제로 22일 SNS에서는 n번방 청원을 올린 인스타그램 계정을 대상으로 '신상털기' 움직임을 주의하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로 인해 삭제된 게시물들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n번방 해시태그 '총공'이 스토리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연결된 스토리 중 하나라도 삭제되면 연결이 끊겨 그 다음 스토리가 연쇄 삭제되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상 보호를 위해 게시글을 내리거나 숨김 처리하라는 이야기가 SNS에서 나온 바 있어서 아마 이런 이유 때문에 중간에 삭제된 스토리로 인해 연결된 스토리들도 삭제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가능성은 게시 24시간 이후 삭제되는 스토리 기능 때문이다. 앞서 올린 이용자의 n번방 스토리가 24시간이 지나 자동 삭제되면 이보다 늦게 올린 사용자들 스토리에도 이 같은 연쇄 삭제가 일어난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24시간이 지나면 스토리가 삭제되는데 릴레이로 올려서 서로 연결된 게시물이라면 다른 이용자 스토리도 24시간이 지나지 않아도 삭제될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일반 게시물 삭제에 대해서는 "앞서 이야기한대로 신고가 들어와 1차 AI, 2차 리뷰팀 판단을 거쳐 커뮤니티 가이드 규정을 위배한 게시물이라 삭제됐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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