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경기 북부 일대 감염 폐사체 잇따라 발견 ‘비상’
봄철 번식기 맞아 이동 많아…화천·연천 등 6개월간 415건
“백두대간 유입 땐 방역 차질”
북한강변 ‘광역울타리’ 추가…접경 시·군 방역망 구축 총력
지난 22일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 평화의댐 인근 북한강변에 설치돼 있는 1.5m 높이의 ‘광역울타리’ 옆으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 이 울타리는 환경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에 감염된 멧돼지가 북한강 동쪽인 양구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평화의댐~파로호 사이 북한강변에 설치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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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인 강원·경기북부 일대에서 야생 멧돼지가 아프리카돼지열병(ASF)에 감염돼 폐사하는 사례가 속출한다. 특히 봄철 번식기를 맞아 멧돼지가 남·동진하는 양상을 보여 방역당국과 자치단체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강원 화천군 화천읍 동촌리의 북한강 최상류에 자리 잡고 있는 ‘평화의댐’ 정상. 100여명의 관광객이 주변 풍광을 배경 삼아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댐 아래 위치한 국제평화아트파크를 둘러본 후 강변으로 시선을 돌리던 김선영씨(42·서울 송파구)는 “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전에 보이지 않던 철책이 설치돼 있어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 생긴 거냐”고 말했다.
그가 본 철책은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환경부가 설치한 ‘광역울타리’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이후 경기 파주·연천, 강원 철원에서 ASF에 감염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가 잇따라 발견되자 옹벽, 낙석방지망, 자연지형지물 구간을 제외한 파주~고성 사이 192.9㎞에 1.5m 높이의 동서 횡단 광역울타리를 조성했다. 춘천~고성 사이 118.3㎞ 구간에도 횡단 광역울타리를 추가로 설치했다.
멧돼지가 남하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이중으로 차단막을 만든 셈이다. 하지만 지난달 7일 광역울타리 밖인 화천군 간동면 방천리 야산에서 포획된 멧돼지가 ASF에 걸린 것으로 확인된 데다 ASF에 감염된 멧돼지가 경기지역에서 동쪽인 화천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나타나는 등 변수가 발생했다.
정부는 최근 평화의댐 서쪽 인근인 화천군 풍산리 등지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되고 있는 ASF 감염 멧돼지가 북한강 너머 양구·인제를 거쳐 동쪽에 위치한 백두대간으로 유입될 경우 효과적인 방역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평화의댐 하류에서 파로호 사이 북한강변 20.7㎞ 구간에 남북으로 이어지는 종단 광역울타리를 조성키로 하고 현재까지 11.4㎞에 대한 설치 공사를 마친 상태다. 이 같은 조치로 아직까지 북한강 동쪽인 양구지역에서 멧돼지가 ASF에 감염된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22일까지 멧돼지의 ASF 감염 건수는 화천 163건, 연천 154건, 파주 76건, 철원 22건 등 모두 415건이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이 지난 12일 최문순 화천군수와 함께 파로호 일대를 찾아 광역울타리 설치 상태를 긴급 점검하기도 했다. 안재완 강원도 동물방역과 방역정책담당은 “자칫 ASF 감염 멧돼지가 설악산 일대로 유입되면 국립공원이라 포획할 수도 없어 백두대간을 따라 남쪽으로 병에 걸린 개체가 급속히 확산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달 군당국과 멧돼지 포획단, 접경 시·군 관계자들과 긴급 방역대책 회의를 열고 ASF 감염 멧돼지의 동진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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