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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기고]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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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국민연금이 수탁자책임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선언한 이후 더 적극적인 주주 권한 행사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올해 주총부터 이를 본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본질과 절차에 대한 오해로 사실과 부합하지 않은 비판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데 생산적인 논의를 위해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경향신문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반대하는 측이 내세우는 가장 큰 논거는 대부분의 주요 기업에서 대주주 지위를 점하고 있는 국민연금이 독립성을 견지하지 못하고 정부 또는 일부 이해관계자 집단의 영향력에 좌우되어 왜곡된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의 타당성을 따져보기 위해선 먼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의사결정구조를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 구조를 보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주주권 행사의 원칙과 기준을 설정하고 이를 지침으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와 기금운용본부가 구체적인 사안을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 국민연금이 내리는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객관성 부족에 대한 우려는 구체적인 증거에 의거하기보다는 주주권 행사 관련 기구의 구성과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의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며 관련 정부 부처 차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논리적으로 상당한 설득력을 가진 주장이다. 그러나 기금운용위원회는 주주권 행사의 원칙과 기준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간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별 기업의 경영에 대한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우려할 수준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인 사안에 있어 주주권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구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지침에 따른 일상적인 의결권 행사를 제외한 모든 주주권 행사와 관련되는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기구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전문가 중 근로자, 사용자, 지역가입자 단체가 각각 3인씩 추천해 9인으로 구성된다. 이와 같이 이해관계자를 중심으로 구성원이 균형 있게 안분되어 있어 상호견제 및 감시 기능이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외압’을 성공시키려면 이렇게 스펙트럼이 다양한 위원 9명 중 과반인 5명을 포섭해야 하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일부에선 수탁자책임전문위원의 전문성 부족을 우려하지만 이는 동의할 수 없는 지적이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들은 법률, 경제, 경영, 금융, 자산운용 등 관련 분야에서 적어도 5년 이상 연구를 수행하거나 실무에 직접 종사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위원들은 기금운용본부와 의안 분석 자문기관의 분석 내용 등 다양한 자료를 검토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전문적 식견에 따라 자신을 추천한 기관의 간여 없이 독립적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은 이 위원회의 구성이 위법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하는 것이며 존재 목적을 부정하는 처사일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지배구조에 취약한 측면이 존재함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부정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활용해 현재 구조의 취약점을 보완함으로써 기금 가치 극대화라는 목적 추구에 적극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자세다.

박창균 |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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