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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성착취물 실태와 수사

英, 아동 성착취물 저장만 해도 구속… “모든 형태 성착취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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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아동 성착취물을 소유하기만 해도 최대 징역 5년형 / 미국, 아동 포르노물임을 알면서 소유하면 최대 형량 20년까지 늘어날 수도

세계일보

어린이에게 돈을 주며 성행위를 하도록 하고 이를 지켜본 혐의 등으로 징역 22년을 선고받은 영국인 콜린 다이크. 영국 경찰 홈페이지


미성년자를 포함해 여성 다수를 상대로 성착취물을 촬영해 텔레그램 대화방에 유포한 ‘n번방’ 사건을 놓고 공분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 관련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지난 22일 사상 처음으로 동의자가 200만 명을 돌파했다.

그러나 성착취물을 촬영·유포한 용의자 외에 이를 소비한 대화방 가입자들은 처벌이 어렵고, 설령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솜방망이’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많다.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을 경우 중범죄로 분류되는 점을 참작해 우리도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23일 영국 검찰에 따르면 버밍엄 주민 콜린 다이크(77)는 지난달 27일 아동에 대한 성범죄 혐의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다이크는 필리핀에 있는 아동들에게 돈을 주고 성행위를 시키고 이를 지켜보는 등 아동에게 성범죄를 사주하거나 조장한 혐의 6건, 아동 성행위에 돈을 낸 혐의 4건, 아동에게 성행위를 시키거나 부추긴 혐의 4건을 적용받았다.

영국 수사당국은 다이크의 휴대전화에서 어린이 성 착취와 관련한 사진 49장, 어린이와 성적인 대화를 하는 데 사용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온라인상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고령이기까지 한 다이크에게 중형이 선고된 배경에는 영국의 아동 성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폭넓은 해석이 뒷받침됐다. 아동 성범죄 처벌의 근거가 되는 1978년 어린이 보호법(잉글랜드·웨일스)은 18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모든 형태의 외설사진이나 그에 준하는 영상을 만드는 데 개입하면 모두 처벌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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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첫 200만명을 돌파한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성 착취물을 촬영한 사람, 촬영을 허락한 사람, 만든 사람, 유포한 사람, 소유한 사람, 공개하거나 공개하도록 한 사람, 광고한 사람 모두 처벌 대상이다. 한국에서는 아동 성 착취물을 소유했을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에 처할 수 있으나, 영국에서는 아동 성착취물을 단순히 소유하기만 하는 행위도 체포 대상이 되고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다.

영국에서 중범죄·조직범죄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범죄수사국(NCA)는 국내외를 따지지 않고 모든 형태의 어린이 성 학대와 성 착취를 추적하겠다고 법 집행 원칙을 밝히고 있다. NCA는 “어린이와 접촉한 이들, 어린이의 외설 영상을 제작하거나 공유하거나 시청한 이들, 어린이를 온라인에서 꾀거나 협박한 이들,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한 이들이 표적”이라고 설명한다.

아동 성착취물 범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은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미 연방 법률인 ‘아동 포르노 법’에 따르면 사진, 동영상을 포함해 18세 미만 미성년자의 포르노물을 제작·배포·수령·소유한 사람뿐 아니라 구하려고 시도한 사람도 모두 처벌 대상이다. 아동 포르노물임을 알면서 소유한 혐의는 최대 10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포르노물에 등장하는 미성년자가 12세 미만이면 형량은 최대 20년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어린이에게 성행위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설득하는 사람 또한 연방 법률인 ‘어린이 성 착취 방지법’에 따라 최소 15년, 죄질에 따라 최대 30년까지 형량이 무거워질 수 있다. 미국 법무부는 “어린이 성 착취물이 역사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감소하는 것이라고는 피해 어린이의 나이밖에 없는 현실을 용납할 수 없다”며 엄정한 법 집행을 내세우고 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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