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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유족들 고대한 ‘4·3 추가 진상보고서’ 16년이나 걸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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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제주4·3평화재단 양조훈 이사장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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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사건 추가 진상조사보고서>(이하 추가 보고서)는 2003년 정부의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정부 보고서) 발간 이후 진행해온 진상조사의 결과물입니다. 정부 보고서가 총론적 성격이라면 추가 보고서는 각론적 성격으로 구체적 피해실태 파악을 통해 진실 규명을 심화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20일 제주시 명림로 제주4·3평화재단에서 만난 양조훈 이사장은 최근 발간된 <추가 보고서>의 발간 의의를 설명하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제72주기 4·3추념식 준비로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정리에 바쁜 양 이사장은 “지난 2003년 이후 유족과 제주도민 등의 지속적인 추가 진상조사 요구가 있었지만 그동안 추가 보고서를 내지 못해 늘 아쉬웠다”고 말했다.

2003년 ‘정부 보고서’ 이후 신고 계속

2007년 특별법 개정해 추가조사 추진

2012~16년 추가진상조사단 전수조사


‘50명 이상 집단학살 사건 26건’ 밝혀

‘행방불명자 645명 늘어 4255명’ 확인

“미국 자료·재일동포 피해…더 조사”


한겨레

추가 보고서가 나온 것은 정부 보고서 발간 이후 16년 만이다. 이날 재단에는 “어떻게 하면 추가보고서를 받아볼 수 있느냐”는 4·3 유족 등의 전화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 그만큼 추가 보고서에 대한 4·3 유족과 제주도민들의 관심이 높다.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위원회는 정부 보고서가 나온 뒤 여러 차례에 걸쳐 희생자 신고와 피해실태를 접수했다. 이에 따라 그 피해 실태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추가 진상조사와 추가 보고서의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런 유족과 제주도민들의 요구에 따라 지난 2007년 제주4·3특별법을 개정해 제주4·3평화재단에서 추가 진상조사 업무를 맡아 추진하도록 정했다.

재단은 2012년 3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재단 내에 추가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마을별 피해실태 전수조사를 벌였다. 지난 2018년 취임한 양 이사장은 “4년 넘게 추가 진상조사를 벌였지만 희생자 신고가 계속 이뤄지면서 추가 보고서를 마무리하지 못한 채 조사단 활동이 끝났다. 이에 따라 2018년 10월 지속적인 추가 진상조사를 담당할 조사연구실을 설치해 그동안 진행한 추가조사 자료를 검토하고 보강작업을 벌이고 집필팀을 꾸려 이번에 추가 보고서를 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추가 보고서는 제주도 12개 읍·면 165개 마을(리)별 피해 상황과 집단학살 사건, 수형인 행방불명 등 구체적인 4·3 피해실태를 담았다. 양 이사장은 “정부 보고서는 집단학살의 실상을 피해자들의 증언을 통해 피해사례를 소개하는 방법을 채택했지만, 추가 보고서는 마을별 피해실태 전수조사에서 확인한 집단학살의 시기와 장소, 피해규모, 희생자 신원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이를 통해 50명 이상의 집단학살 사건 26건을 밝혀냈다”고 소개했다.

추가보고서는 피해실태를 구체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사망자·행방불명자·수형자·후유장애자’ 4개 유형의 희생자를 가해자 구분, 피해 형태, 재판유형, 유해수습 여부 등에 따라 모두 18개 유형으로 세밀히 분류해 분석했다. 특히 국무총리실 산하 제주4·3위원회가 확정한 행방불명자는 3610명이지만 이번 추가 보고서에서는 645명이 더 늘어난 4255명의 행방불명자를 찾아낸 것도 눈길을 끈다.

“추가 진상조사는 4·3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회복을 위한 일이자 4·3 피해실태의 구체적인 내용을 규명함으로써 4·3 진상규명에 기여할 것”이라는 양 이사장은 “추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4·3 연구의 폭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양 이사장은 “미국의 역할과 진압작전에 대한 규명, 연좌제 피해실태, 제주 출신 재일동포 및 종교계 피해실태 등의 문제들은 여전히 담지 못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추가 조사와 보고서 발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단은 미국 자료 조사 등 지속적인 추가 진상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주대를 나온 그는 1972년부터 27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제주4·3 진상규명 요구가 일기 시작한 1988년 <제주신문>에 이어 90년 <제민일보>에서 잇따라 4·3취재반장을 맡은 그는 “4·3을 운명적으로 만났다”고 했다. 10년 넘게 기사를 연재한 그는 2000년 이후 4·3 중앙위원회 수석전문위원으로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 작성의 실무책임을 맡았고, 4·3평화재단 초대 상임이사, 제주도 환경부지사, 제주도교육청 4·3평화교육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양 이사장은 “앞으로 계속 조사와 연구를 통해 4·3의 진실과 가치를 확장하고 알리고, 희생자와 유족들의 복지와 위로 사업에 힘을 쏟겠다. 또 피해자 배상과 4·3 군법회의 무효화 규정 등이 담긴 4·3특별법 개정운동에도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재단의 창립은 4·3운동의 결정체입니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고 유족들을 위무하며, 4‧3의 진실을 올곧게 알리는 사명을 안고 만들어진 것이지요. 4‧3의 세계사적인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하는 일에 힘을 모을 때입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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