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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조선왕조의궤’ 2종 발견…1900년 전후 프랑스인 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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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종·효현왕후 장례 의식 기록

세계일보

프랑스인이 1900년을 전후해 ‘조선왕조의궤’ 2종을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책(사진)이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도서관에서 진행한 자료 조사를 통해 프랑스인 앙리 슈발리에가 베껴 적은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와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두 의궤는 1843년, 1849년 각각 세상을 떠난 헌종비 효현왕후와 헌종의 장례 의식을 기록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는 조선왕실에서 중요한 행사를 그림과 글로 남긴 기록물이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한국학중앙연구원, 국립고궁박물관 등지에 보관된 의궤가 보물로 지정됐다. 재단은 슈발리에가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를 참고로 필사본을 제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규장각 의궤는 영구 대여 형식으로 돌아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의궤 필사본은 동양 전통 장정 방식에 따라 책등 옆에 구멍 4개를 뚫고 실로 엮었다. 슈발리에는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글은 프랑스어와 한자로 적었다. 한자 옆에는 알파벳으로 발음을 쓰거나 프랑스어를 병기했다. ‘헌종’(憲宗)과 나란히 ‘Hen Tjong’, ‘Huin Tsong’이라고 쓰는 식이다.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는 두 번째 책 내부에 ‘1899’라는 숫자가 있고, 각권 표지 오른쪽 하단에는 앙리 슈발리에(H. Chevalier) 이름과 ‘1906’이라는 숫자가 기록돼 필사 작업은 1899년 무렵부터 1906년까지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슈발리에는 국내에 이미 알려진 자료인 ‘화성성역의궤’ 프랑스어판 소책자를 편찬한 인물이다. 화성성역의궤 프랑스어판은 수원 화성 주요 시설물과 과학기구 도판을 담았다.

재단은 슈발리에가 1890년 프랑스에 간 뒤 1892년 6월부터 1년 남짓 기메박물관 연구 보조자로 일한 홍종우를 통해 한국 풍속과 관습을 알게 됐고, 프랑스 지리학자 샤를 바라가 한국에서 수집한 물품을 분류하는 일을 도왔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슈발리에가 필사한 의궤 두 종은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자료”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이 소장한 외규장각 의궤를 구한말 프랑스인이 연구한 최초 사례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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