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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해외 코로나 사태 확산… 국제 전시회 ‘올스톱’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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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공포에 줄줄이 연기·취소 위기 / 교류 많은 美·日·유럽 상황 악화 / 국립민속박물관 5월 전시 계획인 / 조선말 화가 김준근 작품전 불투명 / 국립중앙박물관 가야전도 유동적 / 중국 삼성퇴 관련 전시회 이미 연기 /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조기 종료 / 국내 박물관 내달 초 재개관 계획 / 만일의 사태 대비 관람예약제 검토

“비행기가 오갈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안 되면 복제본이라도 구해야 하는 건지….”

한 국립박물관 관계자 노심초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걱정인 것은 외국 상황이다. 감염자 수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거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떠안고 있는 것처럼 보여 그간 공들여 준비해 온 국제 전시를 연기하거나 최악의 경우 취소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국내 상황은 감염자 수가 줄어들면서 다음달 초 다시 박물관을 다시 열 계획이지만 예약제를 실시하거나 관람객 수를 시간대별로 제한하는 조치를 고민하는 박물관도 있다.

세계일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박물관의 국제 전시회에 일정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본성’ 전시회는 올여름 일본 전시회를 열 계획이었으나 개최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악화일로 해외 코로나19 사태, 국제전시 줄줄이 위기

소장 유물을 주고받아 개최하는 국제 전시는 상대국과 일정을 조율하고, 관심사를 공유해야 하는 등 상대적으로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우리 문화를 알리고, 접하기 쉽지 않은 해외 박물관 유물을 가져와 관람객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어 대형 박물관이라면 1년에 한두 번은 열기 마련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예정했던 전시회 개최 여부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교류가 많은 유럽, 일본, 미국 상황이 악화일로라 박물관 관계자들 근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은 5월 독일 함부르크민속학박물관에서 조선말 풍속화가인 기산 김준근의 작품을 대여해 와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김준근 작품은 다른 화가들에 비해 소재가 다양하고, 당시 한국 전통문화에 생소한 외국인들에게 많이 팔려 해외에 전해지는 작품이 많다. 민속박물관은 함부르크박물관 소장품이 국내에서 전시된 적이 없어 그간 공을 들여왔던 터다. 기량 전시과장은 “함부르크박물관도 최대한 협조하려 하고 있지만 사람이 오가는 것 자체가 어렵다. 그곳에서 확진자라도 나오면 박물관이 일시 폐쇄될 수 있다는 점이 큰 변수”라고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전도 일본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예정보다 빨리 막을 내린 중앙박물관의 가야전은 다음달부터 부산시립박물관에서 두 달간 개최하고 7월부터는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 규슈국립박물관을 순회할 예정이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고, 해당 박물관에서 개최에 부정적인 의사를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일본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라 개막을 장담하기 어렵다. 중앙박물관은 올해 여름에 열려고 했던 중국 삼성퇴(중국 장강 유역의 청동기시대 유적) 관련 전시회를 이미 연기했다.

국내의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것이긴 하지만 국립고궁박물관은 전시실 휴관에 따라 특별전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을 아쉽게 마무리해야 한다. 고궁박물관은 중국 선양고궁박물원에서 120여건의 유물을 대여해 와 이달 1일까지 개최하려 했던 이 특별전을 31일까지로 연장하며 흥행에 의욕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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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고궁박물관의 ‘청 황실의 아침, 심양 고궁’ 전시회는 전시 기간을 연장했으나 휴관으로 인해 아쉬운 폐막을 맞게 됐다. 문화재청 제공


◆박물관 예약제로 운영되나

언제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인 박물관 성격이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은 다음달 초에 재개관을 할 계획이지만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관람을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박물관은 관람예약제를 검토 중이다. 예약제는 관람객 수를 일정하게 제한하기 위한 것인 동시에 기본적인 개인정보를 파악해 박물관에서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사후 조치를 취하기 위한 것이다. 관람시간을 나누어 관람객 수를 배정하는 것도 고려 중이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다중이용시설이기 때문에 혹시라도 모를 사태에 대비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민속박물관은 일단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이지만 재개관이 임박하면 부분적으로 관람에 제한을 두는 방식을 고민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4월 초로 재개관 일정이 잡힐 무렵 예약제 등을 논의했었다고 한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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