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300]['대한민국4.0'을 열자][3회]①진보정당 ‘당헌·당규'는 건강한 진영을 말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민과 함께 '코로나19'를 반드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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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1955년에 창당한 옛 민주당을 뿌리로 둔다. 올해 65주년을 맞는 민주당은 350페이지에 달하는 ‘강령·당헌·당규’를 갖고 있다.
여기엔 △정치 △자치분권·균형발전 △외교·안보 △통일 △경제 △과학기술 △환경·에너지 △복지 △일자리·노동 △교육 △성평등·사회적 약자·소수자 △문화·예술·체육 △언론·미디어 등 13개 분야 핵심 가치와 윤리규범을 비롯 당의 정체성이 담겼다.
‘강령·당헌·당규’의 맨 앞엔 ‘다양성과 다원성을 반영하는 정치제도 개혁과 의회 내 정당 간 협력의 정치를 지향한다’고 써 있다. 민주당이 가야 할 최우선의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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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진영의식’ 없앨 묘약은 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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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강령과 당헌, 당규엔 ‘협치’란 단어가 넘친다. 비교적 역사가 짧은 군소 정당들이 핵심 가치와 조직의 구성과 운영, 당원의 기본권 보장 등 자기 목소리에 집중하는 것과 비교하면 ‘진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65년 전 창당 후 선거 때마다 집권에 도전해온 정당의 고민이 느껴진다. 대의민주제의 운영 원리를 이해하고 각 진영과 세력을 대표하는 정당 간 대화와 합의를 추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천 단계로 오면 물음표가 붙는다. 민주당은 지난해말과 올해초 이른바 ‘4+1 협의체’(민주당(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를 가동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안 등을 처리했다.
당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과반 표결 전략이었다. ‘작은 협치’란 시각이 없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절반의 포기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선거법 개정안에 사실상 ‘불복’ 입장을 내세우며 ‘위성 정당’ 전략으로 맞섰다. 민주당도 ‘꼼수’에 빨려 들어가며 선거법 취지는 사라졌다. 지난 1년 치열하게 싸웠던 이유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협치를 토대로 한 결과는 괴물이 돼 우리 삶을 짓누른다.
민주당이 그토록 강조하는 협치는 당원과 지지자, 더 나아가 국민과의 ‘약속’이다. 그러나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정치권 안팎에서 “민주당이 당헌, 당규만 지켜도 극단적 진영 갈등에 매몰된 ‘타락한 진영의식’이 사라질 수 있다”란 지적이 나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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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추구한다면서 입을 틀어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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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과 다원성을 강조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당헌 3조는 ‘민주당은 당원을 중심으로 운영하되,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고 돼 있다.
다양성과 다원성은 정당 내 민주화와 건전한 비판의 자양분으로 극단적 진영 논리의 ‘특효약’으로 꼽힌다. 다층적·다원적 현안이 쏟아지는 시대, 정권 재창출에 도전하는 세력이 전면에 내세울 가치로 마땅하지만 이 역시 실천의 문제가 남는다.
금태섭 민주당 의원은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소신 발언과 문재인 정부의 국정 과제인 공수처 설치에 반대했다는 이유 등으로 민주당 열성 지지자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다. 금 의원이 공수처 설치안의 본회의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지자 당내 성난 민심은 극에 달했다.
다양성과 다원성이 무시되고 당내 열성 지지자 목소리가 과잉 대변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 의원은 서울 강서을 경선에서 패하며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금 의원을 보면서 앞으로 민주당에서 소신을 밝힐 수 있는 의원이 몇이나 될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제21대 총선을 한달 앞둔 3월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선거관리위원회 안내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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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당헌·당규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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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진보·개혁 세력으로 꼽히는 정의당과 민생당의 당헌·당규도 아쉽다. 정의당은 125쪽에 걸친 당헌·당규에서 ‘노동’, ‘시민참여’, ‘진보’, ‘보편적 복지’, ‘한반도 평화’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지만 협치 등 ‘정치 행위’에 대한 내용은 담지 못했다.
양당제를 넘어 다당제 정착에 앞장서는 정당으로서 다른 당과 관계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당을 국회라는 정치 공동체를 함께 운영하는 동료이자 경쟁자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선거를 앞두고 최근 창당한 민생당도 다르지 않다. 민생당은 당헌·당규을 통해 ‘민주복지국가’, ‘서민’, ‘한반도 평화’, ‘국민통합’ 등 자기 세력이 추구하는 가치에만 집중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이원광 기자 econph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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