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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SCMP "중국 코로나 통계서 빠진 무증상 환자 4만3천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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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은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인구 1100만의 우한시를 완전 봉쇄하는 극약 처방으로 승기를 잡았다. 그러나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는 무증상 환자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중국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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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기침,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지 않는 '무증상 환자'의 검사 여부를 두고 각국 대응이 엇갈리는 가운데, 중국에서 정부의 공식 통계서 빠진 신종 코로나 무증상 환자가 4만3000여 명에 달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현지시간) 자신들이 확보한 중국 정부의 기밀 문서를 검토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에서 지난 달 말까지 다른 질병 등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고 양성 판정을 받았지만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없었던 무증상 환자가 약 4만 3000명에 이른다.

이들은 무증상 환자를 확진 환자에 넣지 않는 중국 정부의 집계 방식에 따라 공식적으로 발표된 확진 환자 수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을 합하면 중국 내 확진자는 22일까지 집계된 8만1093명에서 총 12만 명으로 크게 늘어난다.

SCMP에 따르면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달 5일 무증상 환자도 확진 환자로 보고하라는 방침을 정했다가 이틀 뒤인 7일부터 다시 기준을 바꿔 무증상자는 공식 확진자수에 포함하지 않았다. 반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증상이 없더라도 신종 코로나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을 나타내면 확진자로 규정한다. 한국도 이 기준을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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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 언스에서 한 의료진이 환자의 발열 여부를 체크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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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은 중국 내 무증상 감염자가 여전히 나오고 있으며, 이에 따라 후베이(湖北)성에 투입됐던 의료진의 철수 계획이 잠정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질병예방통제센터의 한 관계자는 이 매체에 "현재 증상이 없지만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환자가 매일 몇 건 혹은 몇십 건씩 나온다"며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의 전염이 완전히 끝났는지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증상 환자, 검사할 것인가 말 것인가



무증상 환자 문제는 신종 코로나와 싸우고 있는 세계 각국에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애초 WHO는 무증상 감염이 극히 드물다고 밝혔지만, 이런 주장을 뒤집는 통계가 연이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30만 건에 달하는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한 한국에서는 전체 환자의 20% 정도가 퇴원할 때까지 무증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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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환자가 다수 발생한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확진자 가운데 상당수가 무증상 환자였다. [연합뉴스]



일본 홋카이도대 니시우라 히로시 교수는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 귀국한 일본인 확진자를 조사한 결과 30.8%가 무증상 환자였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712명 중에도 334명이 무증상자였다. 신종 코로나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나라로 꼽히는 아이슬란드는 확진자 중 절반 가량이 아무런 증상을 보이지 않았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23일 전했다.

학계에서는 무증상 환자가 신종 코로나를 전염시킬 수 있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전염의 확산 고리를 끊기 위해서 무증상자도 철저히 검사해야 한다는 주장과, 불필요한 검사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할 의료 자산이 남용될 수 있다는 반론이 맞선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이달 초 트위터에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통한 신종 코로나 확산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전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대 호팍룽 교수도 SCMP에 "무증상 환자는 기침을 하지 않아 기침을 통한 감염은 없을 수 있지만, 그에게서 나오는 비말(침방울)을 통한 감염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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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일부 지역 봉쇄령까지 내려진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걷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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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확진자수가 급격히 늘고 있는 미국에서는 무증상자들을 검사 우선순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 검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면서, 뉴욕주(州)와 캘리포니아주 등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계 종사자와 다른 기저질환으로 이미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먼저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 백악관도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의료진과 장기요양 시설 거주자, 심장질환이나 폐 질환을 앓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 등에게 신종 코로나 검사 우선권을 줘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는 신종 코로나 무증상 환자가 44%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대다수는 검사조차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무증상이라도 냄새 못맡으면 자가격리"



한편 발열, 기침 등의 증상이 없는 무증상 환자라도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면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거나 자가 격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와 주목된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이비인후과 의사 단체인 'ENT UK'는 22일 성명을 내고 후각을 잃은 성인이라면 다른 증상이 없더라도 7일간 자가 격리에 들어가라고 촉구했다. 또 후각이 상실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역시 개인 보호 장구를 착용하라고 권고했다.

이 단체는 한국, 독일, 중국, 이탈리아 등에서 신종 코로나 환자 상당수가 후각 상실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특히 독일에선 확진자의 3분의 2가 후각 상실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됐으며, 한국에서도 확진자의 30%가 다른 증상은 약했지만 후각 상실을 주요 증상으로 겪었다고 전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AAO) 역시 이날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후각, 미각 약화나 상실이 신종 코로나의 주요 증상이라는 증언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AAO는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다른 증상을 안 보인 환자들에게 후각, 미각 상실 증상이 발견된 바 있다며 환자가 알레르기나 축농증이 없는데도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신종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자가 격리를 권고하라고 의사들에게 당부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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