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하루 해외 입국자 1만명, 임시격리시설은 1175명, 대책 마련 시급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정부가 코로나19 관련 유럽발 입국자에 대한 검역을 강화한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발 여객기를 타고 입국한 승객들이 격리시설로 이동하는 버스를 탑승하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주 18개국 82명 확진



중국만 3명에서 18개국 82명으로…. 해외에서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의 변화다.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한 주에는 중국 우한에서 온 환자 3명이 확인됐다. 지난주 한 주 동안 나온 해외 유입 환자는 82명에 국적도 다양해졌다. 약 두 달 만에 27배(일주일 기준)로 늘어난 것이다.

한국 바깥에서 감염된 뒤 국내로 들어오는 '역유입' 위험이 현실화됐다. 코로나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외국 어디서 입국하더라도 '위험 지역 입국자'가 됐다. 하루 1만명이 입국하는 상황에서 이들을 모두 14일간 격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재 확보한 격리시설이 1000여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미국 확진자 급증, 입국자 방역 느슨



유럽 입국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검역은 대폭 강화된 상태지만, 다른 입국자에 대한 방역 그물망은 성긴 편이다. 특히 미국·캐나다 등 미주 지역이 새로운 위험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23일 세계 3번째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됐다.

해외 유입 환자가 방문(여행)한 국가들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23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환자가 유입된 방문국은 유럽 11개국(58명), 미주 3개국(15명), 아시아 3개국(7명), 아프리카 1개국(2명) 순이다. 거의 모든 대륙을 아우른다. 중국이 빠진 자리를 다른 나라가 채운 모양새다.

중앙일보

코로나 19, 해외유입 추정 확진자 현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항공편이 대폭 축소됐다지만 국내 입국자 규모는 여전히 상당하다. 하루 평균 1만명 안팎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에만 9798명이 항공편으로 들어온 것으로 집계됐다. 입국자 4명 중 3명(74%)은 내국인이지만, 외국인도 적지 않다.



유럽 1442명 입국, 152명 증상



연일 확진자·사망자가 쏟아지는 유럽이 현재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22일 유럽발 입국자(직항·경유 포함)는 1442명, 이 중 유증상자가 152명이다. 입국자 중 의심 환자 비율이 10%를 넘는 셈이다. 정부는 이날부터 유럽발 입국자 전원에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검사 결과에 따라 격리 치료나 자가격리·능동감시를 시행한다.

하지만 다른 지역도 무시하지 못 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3일 신규 확진자 64명(0시 기준) 가운데 해외 유입 관련 사례가 21.9%(14명)에 달한다. 13명은 검역 과정에서 확인됐고, 한 명은 지역사회 감염으로 추정된다. 유럽 방문자가 6명, 미주 방문자가 8명(한 명은 지난주 통계 포함)이다. 미주가 더 많다. 2주 전까지만 해도 미국·캐나다 등에서 들어온 환자는 '0'이었다. 불과 몇일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 규모는 22일 기준 3001명(내국인 2529명, 외국인 472명)으로 유럽의 두 배 이상이다.

중앙일보

전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 중인 가운데 23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방호복을 입은 승객들이 입국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왜 우한교민처럼 14일 격리 못할까



보건당국은 지난 19일부터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승객에게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고 있다. 유럽에서 온 교민이나 단기 입국 외국인은 생활시설에서 하루,이틀 머물며 검사를 받는다. 교민은 음성이면 집으로 보내 자가격리를 권고한다. 단기 입국 외국인도 생활시설에서 나온다. 중국 우한 교민은 14일간 생활시설에 격리했었다. 미국 등에서 발생한 환자를 잡아내는 방역망은 더 느슨한 편이다. 생활시설 격리 후 진단검사 과정이 없다. 공항에서 의심 환자를 걸러내지 못 하면 국내에서 언제든 지역사회 감염의 발병원이 될 수 있다.

정부도 고민이 많다. 하루 1만명에 달하는 해외 입국자를 모두 격리해서 검사하기에는 시설이 따라주지 못한다. 22일 현재 임시생활시설은 8개 1175명밖에 수용하지 못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모든 해외 입국자를 14일 격리하는 게 최선이지만 매일 1만명이 넘게 입국하는데, 이들을 연수원 같은 데 격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도 이른 시일 내에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세균 국무총리 주문에 따라 현재 유럽 외 국가들에서 오는 입국자들에 대한 검역 강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조만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브리핑에서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미국·캐나다에서 들어온 입국자도 얼마 전과 달리 유증상자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입을 막기 위해 모든 입국자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하기 시작한 19일 오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검역소를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도 유럽처럼 검역 강화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유럽·미국 등을 대상으로 특단의 대책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기석(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미국 전역에서 환자가 나온만큼 유럽과 동일한 수준으로 검역 조치를 취해야 한다. 유럽 단기 체류자들도 관리가 쉽지 않아 바이러스 노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정 전 본부장은 "정부가 개학 전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해외 유입 사례를 막지 못 하면 효과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비자 발급 조정이나 단기간 입국 금지 등 강력한 대안을 적용해볼 시점이 왔다"고 말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앞으로 미국 등 미주 지역서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면 당연히 유럽 수준으로 검역을 강화해야 한다. 검역 강화는 입국자 숫자와 입국자 중 양성 환자 비율을 같이 고려해서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입국자는 현재 이뤄지는 진단검사 의무화 등의 조치가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만 유럽 내 환자가 대폭 늘어나면 아예 입국 금지로 갈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