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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장인철 칼럼] 문 대통령과 ‘결단ᆞ책임’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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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 위기 처방 휘둘리면 국정 붕괴

‘감성 이벤트’나 ‘결정 장애’는 독약

통찰해서 결단하고, 책임지는 모습 절실
한국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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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대란 극복을 위해 진두지휘에 나섰다. 19일 첫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는 그야말로 비상 정부 체제로 전환했다”며 “비상경제회의를 ‘경제 중대본’처럼 가동하고 직접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중대본(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 코로나 방역전선에서 야전사령부 역할을 야무지게 수행해온 것처럼, 비상경제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지휘하는 ‘전쟁지휘부’로 운영하겠다는 각오다.

문 대통령의 각오와 의지에 동의한다. 우리 경제는 이미 매우 어려웠다. 주력산업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생산과 수출, 투자는 정체됐다. 게다가 최저임금 과속 인상 등 실책이 이어지면서 경기는 더 깊이 가라앉고 있었다. 코로나는 결정타가 됐다. 편의점과 카페, 술집과 극장과 학원, 호텔과 음식점이 즐비한 거리는 적막해졌고, 급기야 대기업들까지 비상경영과 구조조정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했다.

이제 주목되는 건 문 대통령이 과연 미증유의 국난에 맞서 깊이 통찰하고, 과감하게 결단하며, 결단에 대해 책임지는 국가지도자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을지 여부다. 유감스럽게도 지금까지 문 대통령이 그런 모습을 확실히 보여 줬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최근 추경을 둘러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간의 충돌은 대통령의 공백을 드러낸 부끄러운 사건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을 18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11일 이 대표는 대규모 추경안 증액이 어렵다는 홍 부총리의 입장을 전달 받고 발끈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물러나라고 할 수도 있다”는 얘기까지 발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가 반발했다. 안 그래도 경제정책에서 번번이 ‘패싱’ 당한다는 비아냥을 견뎌온 그였다. 홍 부총리는 “정부 추경안은 전년 대비 9.1% 늘어난 올해 예산, 3조4,000억원의 예비비, 이미 발표한 20조원 규모의 코로나19 대책 등을 감안해 재정 여력 등을 고려해 제출한 것”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리곤 “지금은 우리 모두가 뜨거운 가슴뿐만 아니라 차가운 머리도 필요한 때”라는 일침도 덧붙였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 앞서, 집권당 대표가 추경안에 대한 불만만으로 경제부총리를 갈아치우겠다고 나선 건 망동(妄動)이다. 대통령을 우습게 여기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행위다. 하지만 더 걱정스러운 건 문 대통령의 조정ㆍ결단력 공백이다. 고민하고 판단해서 당이 옳다면 진작 추경안 규모를 증액하도록 정부를 이끌었어야 한다. 반대로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우려가 합당하다면, 당을 설득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그런 역할을 한 흔적은 안 보인다.

문 대통령이 경제 진두지휘를 선언한 앞으로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면 진짜 문제다. 지금 최대 국가 현안은 코로나 위기에 맞서 재정을 얼마나 투입할 것인지, 어떻게 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중구난방, 백가쟁명의 처방전이 난무한다. 총선을 앞둔 여당에서는 “헬리콥터에서 뿌리듯 돈(재정)을 쓰자”는 얘기, “미국이 1,000조원 쓰면 우리도 100조원은 쓸 수 있다”는 식의 주장도 나온다. ‘기본소득제’ 주장은 덤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예산이 폭증한 가운데, 올해부턴 불황으로 세수 격감까지 걱정이다. 무작정 추경 늘리고, 수십조 원의 국채까지 발행하면 재정이 급성 중병에 걸릴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국가부채의 임계치, 후손들에게 감당하지 못할 빚더미를 넘기지 않을 재정 운용 규모를 치밀하게 따져 정책에서 관철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사회적 합의’나 ‘위원회 결정’을 내세워 정책 결정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피해왔다. 하지만 국난이 닥친 지금도 그래선 안 된다. ‘감성 메시지’나 내거나, ‘결정 장애’가 되풀이되는 건 독약이다. 재정을 100조원을 쓰든 10조원을 쓰든, 감세를 하든 재난소득을 나눠 주든, 국가지도자로서 대통령이 통찰하고, 결단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 줘야 한다.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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