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철 전 삼성 회장. |
"1983년 11월 이병철 삼성 회장과 스티브 잡스가 만나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미국 언론의 한국 통신원으로 근무하며 삼성을 취재했던 제프리 케인 기자는 최근 출간한 자신의 책 '삼성의 부상(Samsung Rising)'에서 스마트 시대를 열게 된 기원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고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당시 73세였던 이 전 회장은 수원 공장으로 찾아온 28세의 잡스를 만났다. 잡스는 태블릿 컴퓨터 제작을 구상하며 메모리칩과 디스플레이 공급 가능성을 타진했다.
삼성은 TV와 전자레인지 등의 가전을 할인가로 판매하는 수준이었지만 메모리칩도 이제 막 생산하려던 시기였다. 잡스는 과연 삼성이 자신이 원하는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두 사람은 의기투합했다.
결국 삼성은 애플의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의 주요 공급원이 되며 본격적인 스마트 시대를 개막하게 된 것이다.
1987년 이 전 회장이 사망하고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은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바꿔라"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내며 상시 위기 경영의 틀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케인이 설명했다.
다만 삼성의 어두운 면도 소개했다.
IMF 위기 때인 1997년 이건희 회장이 3200만달러(약 405억원)를 정부 관료에게 제공해 기소됐던 점을 언급했다. 또 과거 국가정보원과 협력 관계를 유지했고, 순환출자 방식으로 이른바 '삼성 공화국'으로도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잡스가 2010년 삼성 스마트폰이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시스템을 상대로 특허법 소송을 제기해 7년의 분쟁 끝에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은 한국과 일본, 영국에서 각각 승소했다는 점도 알렸다.
또 케인은 삼성의 회의 장면을 보면 북한을 연상케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디지털뉴스국 김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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