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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앞다퉈 재난 소득이란 이름으로 '돈 풀기'에 나섰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의 생계유지를 위한 '단발성 현금 지급'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23일엔 울산시 울주군에서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전 군민에게 일률적으로 10만원을 지급하는 기존 소득 개념에 가까운 지원금을 나눠주기로 해 변화의 기류가 엿보인다. 당초 포퓰리즘,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현금 살포'를 두고 고심하던 지자체들도 정부가 적극적인 행정을 당부하자 입장을 하나둘씩 선회하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전주시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 5만명에게 긴급 생활비로 1인당 52만7158원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 지자체 재난소득 도입을 확산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투입되는 예산은 대부분 지자체별 잉여금과 재난관리기금, 예비비다. 예산을 다른 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재난 소득'으로 집행하겠다는 것이다.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23일까지 17개 광역단체 중 9곳과 기초단체 4곳 등 13곳이 '재난 소득'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지자체가 지급하기로 한 금액은 총 1조6651억원에 달한다. 대부분 지역 내 상생카드나 상품권으로 지급한다. 전북, 인천, 경북 등 타 지자체들도 조만간 재난소득 지급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지원금액은 2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경기도에 속한 성남·화성, 전라북도 전주 시민들은 상위 광역 시도에서 지급하는 지원금까지 모두 수령할 수 있어 지자체 간 형평성 논란도 고개를 들었다.
전 군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울산 울주군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앞서 지원 정책을 내놓은 서울 모델을 표본으로 삼고 있다. 서울시는 '재난긴급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대상을 중위소득 100% 이하 취약계층(정부 보조받는 대상자 제외)으로 한정했다. 금액도 30만~50만원이 주류를 이룬다.
이에 비해 울산 울주군은 전국에서 처음으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이날 "사각지대 없는 피해 지원과 내수 진작을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보편적 긴급 군민 지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급 대상은 외국인을 제외한 지난 2월 말 기준 울주군 거주자 22만2256명이다. 소득, 직업, 나이에 상관없이 1인당 10만원씩 지원하며 총지원액은 222억2560만원에 달한다. 울주군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선심성이라는 지적이 일어나는 것과는 별개로 울산 지역 내 다른 기초단체 주민들에겐 상대적 박탈감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 기장군도 이날 부산 16개 기초단체 중 처음으로 '기장형 재난지원소득' 지급 방침을 내놨다. 코로나19 최대 피해 지역인 대구시도 이날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를 대상으로 45만9000여 가구에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원 금액은 가구원 수에 따라 50만에서 최대 90만원이다. 2927억원이 투입되는 긴급생계자금은 전체 인구의 43%인 108만명이 지원 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광주광역시는 예산 1100억원을 확보해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취약계층 26만가구에 30만~50만원을 '긴급생계자금' 명목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그 가운데 실직자가 포함된 가구에는 최대 100만원까지 지급한다. 지원금은 모두 광주에서만 쓸 수 있는 선불형 광주상생카드로 지원하고 지급일부터 3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
전라남도도 광주와 비슷한 방식으로 지원에 나선다.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취약계층 32만가구에 30만~50만원의 긴급생활비를 지급한다. 1280억원이 투입되는 긴급생활비는 22개 시군에서 발행되는 지역사랑 상품권이나 선불카드로 지급할 예정이다. 전남도의회는 다음달 7일 임시회를 열어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경상남도도 '경남형 긴급재난소득'을 지급한다. 지원 대상은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69만1000가구 중 중앙정부 지원을 받는 20만3000가구를 제외한 48만3000가구다. 지원금은 1~2인 가구 30만원, 3~4인 가구 40만원, 5인 이상 가구는 50만원으로 차등 지원한다. 대전시도 이날 4월 초까지 최대 63만의 '희망홀씨 긴급 재난생계지원금'을 지원키로 했다고 밝혔다. 기준 중위소득 50~100%인 저소득층 17만가구에 최저 30만원부터 선불카드 형식으로 차등 지급된다. 충청남도는 소상공인, 운수업체 종사자, 저소득층 등을 대상으로 1가구·업체당 100만원의 생활안정자금을 준다. 소상공인인 경우 지난해 매출액 3억원 이하 1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지난달 카드 매출액이 전년 같은 달보다 20% 이상 감소한 곳에 지급한다.
경기도는 관내 취약계층(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로 재산 2억4200만원 이하, 금융재산 1000만원 이하) 가운데 코로나19로 1개월 이상 소득이 없거나 매출이 50% 이하로 감소했지만 정부 긴급복지사업에서 제외된 10만가구가 대상이다. 가구당 50만원씩을 지역 화폐로 지원한다. 광역단체와 별개로 자체 재난소득을 지급하기로 한 경기도 화성시(가구당 30만~50만원)와 성남시(소상공인 최대 200만원)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경기도 지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4·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조만간 최종 방침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집권여당이 정부와 협의해 2차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할 경우 재난기본소득 추진이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생활을 돕고 시장의 수요를 진작하도록 재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하는 문제를 정부와 협의해 며칠 안에 방향을 잡겠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일단 재난기본소득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2일 기자회견에서 "위기를 틈 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후폭풍이 계속 커지고 있는 데다 야당 내 일부 인사들은 재난기본소득에 대해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어 통합당의 기류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광주 = 박진주 기자 /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울 =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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