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국민의 부담이 되는 손실위험 떠안아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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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기업들의 신용경색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행이 기업어음(CP)이나 회사채 등 위험자산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려운 것으로 최종 판단했다. 한은은 과거처럼 간접 자금지원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리스크 부담을 중앙은행이 직접 지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23일 한은은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발권력을 행사하는 중앙은행은 정책수행 과정에서 국민의 부담이 되는 손실위험을 떠안아서는 안 된다는 기본원칙 하에 운영돼야 한다"며 "유통성과 안전성 요건을 충족하기에 미흡한 회사채·CP를 공개시장 매매대상 증권으로 지정하는 것은 한은법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한은이 회사채나 CP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민간이 발행한 채권의 매입을 금지한 한은법(제79조) 규정으로 인해 정부보증이 없는 경우 이를 시행하기 어렵다"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우에도 정부의 지급보증 하에 CP를 매입하고 있다"강조했다.
한은 관계자들은 최근 채권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한은법상 CP나 회사채 매입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재검토했다. 한은법 제68조 1항에 따르면 한은이 매입할 수 있는 자산은 국채ㆍ정부보증채ㆍ금융통화위원회가 정한 유가증권이다. 따라서 금통위 의결만 거치면 CP, 머니마켓펀드(MMF) 등 위험자산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 시장의 기대감이 커진 바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만큼 한은이 대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러나 결국 안정성과 유동성에 대한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한은법은 제68조 2항에서 '각 호의 유가증권은 자유롭게 유통되고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한은 관계자는 "2항은 결국 '리스크가 아예 없는 증권'을 의미한다고 해석된다"며 검토 결과 2항 때문에 한은이 CP나 회사채를 직접 매입하는 것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또 "금융기관에 대한 대출시 적격담보 요구(제64조) 등도 같은 사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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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시장에선 채안펀드 매매 대상이 결정되기만을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채안펀드 규모는 최소 10조원+알파(α)로 전해지고 있는데, 전문가들은 채안펀드로 충분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6월 이전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물량은 2조5000억원, CP와 전단채는 약 25조원으로 총 28조원에 달한다"며 "보수적으로 50%가 상환이 안 될 경우만 따져도 채안펀드는 대략 15조원 이상은 있어야 시장이 안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은은 기업에 직접 자금을 지원하는 것만 아니면 추가 지원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2016년 정부와 한은이 조선 등 산업 구조조정을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섰을 때와 같은 상황이다. 당시에도 정치권에선 한은이 직접 자금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했지만, 한은은 정부의 지급보증이 있어야 펀드 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만일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손실을 누가 볼 것인지가 문제"라고 전했다.
한편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에서는 채안펀드와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등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될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채안펀드를 비롯해 증권시장 안정화 펀드 조성(최대 10조원), 채권담보부 증권(P-CBO) 프로그램 마련(6조7000억원) 등의 대책이 거론된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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