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기도 성남에서 14년간 중식당을 운영해온 김용희 씨(가명·57)는 일주일 전 가게 문을 아예 닫았다. 지난해부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가게 운영에 애를 먹고 있던 김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김씨는 "손님이 없는 상태가 한 달가량 지속되면서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려웠다"며 "가게를 넘겨받겠다는 사람도 없어 그냥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 사례처럼 매출 감소를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아예 가게 문을 닫고 휴업이나 폐업을 선택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23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3개 대형 밴(VAN)사의 신용카드 가맹점 통계에 따르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상 영업을 했던 자영업자 가운데 5분의 1이 휴·폐업 상태에 들어갔다. 거래실적이 한 달간 전혀 없는 가맹점 수가 3개월 새 2배 이상으로 늘기도 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소상공인들의 '줄폐업 공포'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밴사는 신용카드사와 가맹점을 연결해 지급결제망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 가맹점 수는 2018년 기준 269만개에 달한다. 국내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의무화된 만큼 이들 카드 가맹점의 대부분은 자영업자로 분류가 가능하다. 김임용 소상공인연합회장 직무대행은 "보통은 소상공인들이 밴사들과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 계약을 맺은 뒤 경영이 어려우면 명의 변경을 하는 식으로 가게를 넘기곤 한다"며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가게를 아예 접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형 밴사인 A사에 따르면 1개월간 실적이 전혀 없는 무실적 가맹점 수는 코로나19 문제가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12월 넷째주(23~29일) 기준으로 2999곳이었지만, 3월 둘째주(9~15일)에는 6683개로 2배가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는 지난 1월 초부터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빠르게 번져나갔다. 연말에 소비가 늘어나는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무실적 가맹점 수가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라는 평가다. 이 업체의 전체 가맹점 수는 12월 넷째주 33만3696개에서 3월 둘째주에는 30만2364개로 10% 가까이 증발했다.
역시 대형 밴사인 B사에서도 자영업자들의 심각한 상황이 감지됐다. B사에서 지난 2월 거래실적이 있었던 카드 가맹점 21만7282곳 가운데 3월 둘째주 일주일간 거래가 전혀 없었던 곳이 4만2514곳(19.6%)으로 집계됐다. 쉽게 말해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정상 영업을 했던 사업체 5곳 중 1곳은 3월 둘째주 들어 휴·폐업 상태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또 다른 밴사 C사에 따르면 지난 3월 둘째주 일주일 동안 거래가 발생한 가맹점 수는 지난해 12월 넷째주 일주일간 거래가 발생한 가맹점 수에 비해 18%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가 있었던 가맹점 수가 줄었다는 것은 그 숫자만큼 가맹점들이 휴·폐업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12월 넷째주 영업을 했던 사업체의 18%가 올해 3월 둘째주엔 영업 실적이 전무하다는 뜻이다.
C사 관계자는 "휴업이나 폐업 외에 밴사를 다른 기업으로 전환했을 때에도 가맹점에서 거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지만 현재 상황은 거래 발생 가맹점 수가 감소한 폭이 평소보다 크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들 밴사 A·B·C는 국내 밴사 시장점유율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소상공인들이 받은 충격이 그대로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경기가 악화되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자영업자들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폐업을 선택하는 자영업자 또한 적지 않았다"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폐업을 하는 자영업자들이 더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매출이 한 달 정도 없는 상태에서 영세 자영업자들은 한 달을 버티기조차 버거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시점에서는 자영업 부문에서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 등에 적절히 대응해야 과거의 대규모 부실 사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 이새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