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단기 차입시장 어려워져...장기로 자금 지원"
증권금융ㆍ삼성증권 등 5개 기관 RP 매입
추가 11곳 증권사도 대상에 포함 에정
RP 대상증권에 공기업 특수채도 포함
증권업계 "대상증권 우량채 한계"
사진=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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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은행이 오는 24일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증권사 대상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
23일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증권금융 등 5개 환매조건부채권(RP) 대상 비은행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RP매입은 최근 주가연계증권(ELS) 마진콜 요구에 증권사들이 증거금을 마련하기 위해 단기자금 시장을 통해 조달에 나서며 기업어음(CP) 시장을 중심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보유현금, 단기자산 매각, CP 발행 등으로 증거금을 마련해 납부했다.
시중 유동성 조절 차원에서 시중은행 등과 상시적으로 해온 공개시장운영 차원이 아닌, 비은행권을 대상으로 RP 거래를 하는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RP매입 대상 기관은 한국증권금융, 삼성증권, 미래에셋, NH투자증권, 신영증권 등 현행 5개 비은행기관이다. 우선 오는 24일에 기일물(14일물 또는 28일물) RP 매입을 실시할 예정이다. 전체 매입 규모는 아직 미정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19일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RP 매입 테스트 입찰을 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단기로 자금을 차입해 오면서 어려워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장기로 지원하기 위해 실시하게 됐다”며 “증권사에서 필요한 규모 등을 파악해 매입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은은 현행 5곳 외에도 통안증권 대상 증권사(7곳) 및 국고채전문딜러(PD)로 선정된 증권사(4곳) 등 총 11곳을 RP 매입 대상 기관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대형 증권사들이 대부분 포함됨에 따라 단기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들 자금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한은은 기대했다.
또 한은은 RP 대상증권에 일부 공기업 특수채도 포함키로 했다. 현재는 △국채 △정부보증채 △한국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 △은행채 등이 대상이다. 한은 대출담보증권도 은행채 및 일부 공기업 특수채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같은 RP 대상기관 확대, RP대상증권 및 대출담보증권 확대는 조만간 금통위가 논의해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RP 대상증권이 사실상 국공채 수준의 우량채권에만 국한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CP 시장 금리가 뛰면서 단기자금시장에 교란이 나타나고 있는 만큼 증권사들은 한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처럼 CP를 직접 매입해주는 특단의 조치를 요구해왔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매입대상 증권이 국고채 통안채 MBS인데, 해당 증권들은 기존의 방법으로 기관간RP에서 담보로 쓰이고 있는 대상”이라며 “이번 조치가 사실상 큰 효과는 없을 것”고 말했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때 가동됐던 CP매입기구(Commercial Paper Funding Facility·CPFF) CP 유동화에 직접 나서는 방안을 지난 1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발표한 바 있다.
한은법 제68조에 따르면 금융통화위원회는 국채와 원리금 상환을 정부가 보증한 유가증권 이외에도 금통위가 정한 유가증권을 매입할 수 있다고 돼있다. 그러나 ‘발행조건이 완전히 이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정한다’는 단서조건이 문제다.
이에 대해 한은은 관계자는 “단서조항은 신용위험이 없는 자산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해석상 문제가 있겠지만 한은법상 회사채나 CP 같은 위험성이 있는 유가증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이 발행한 채권의 매입을 금지한 한국은행법(제79조) 규정으로 인해 정부보증이 없는 경우 이를 시행하기 어렵다”며 “미 연준의 경우 정부의 지급보증 하에 CP를 매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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