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북 경주, 부산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일행이 다녀갔다는 소식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23일 오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산수유마을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가 다음달 6일 초·중·고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외출 자제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권장하고 있지만 방역지침을 어기는 일탈사례가 잇따르면서 방역당국의 고민을 키우고 있다. 특히 봄을 맞아 날씨가 풀리면서 대외활동을 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된 데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격리 피로감까지 겹치면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험대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경북 경주시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주에 사는 61세 여성이 발열 등 의심 증상이 나타났음에도 봄나들이를 다녀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여성은 지난 18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었지만 승용차를 이용해 지인들과 이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과 사성암을 둘러봤다. 이 여성과 동행한 부산에 사는 지인 2명도 이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이 인파가 몰린 봄나들이 명소를 찾은 만큼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올 우려도 높다.
경주시에서는 공무원 등이 술집을 드나들다 무더기로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경주시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최근까지 같은 술집을 드나들던 손님 10명을 포함해 이 술집과 연관된 확진자만 16명에 달한다. 이 중에는 정부 지침을 어기고 이 술집에서 회식을 하던 경주세무서 공무원 4명도 포함됐다. 이들이 근무한 경주세무서는 지난 18일 방역으로 임시 폐쇄되기도 했다. 이 술집 주인인 59세 여성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보였고 15일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경기 지역에서는 자가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고 시내 곳곳을 활보하는 사례가 잇따라 방역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포시는 코로나19 검체 검사를 받은 뒤 자가격리 조치를 따르지 않고 다중이용시설에서 다른 시민과 접촉한 40대 남성 확진자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이 남성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콜센터 직원이다. 그는 지난 9일 구로구보건소에서 1차 검체 검사를 받은 뒤 14일간 추가 자가격리를 하라는 당국의 조치를 어기고 외출해 편의점 등에서 다수와 접촉했다. 결국 지난 13일 증상을 보여 다음날인 14일 확진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으로 옮겨졌다. 평택에서도 30대 남성 확진자가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자가격리를 하지 않고 주점 등 시내 곳곳을 활보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필리핀에서 수개월간 머무르다가 최근 귀국한 이 남성은 지난 20일 오후 5시께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밤새 지인들과 평택 시내 커피숍과 식당, 주점, 노래방, 모텔 등을 다니다가 확진 판정을 통보받았다.
또 야외 활동보다 감염 위험이 훨씬 높은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운영·집회 제한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22일 전국 4만여 개 교회 두 곳 중 한 곳은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2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교회 4만5420개소 중 1만7042곳이 예배를 진행했다. 이 중 3185곳은 방역수칙 준수가 미흡해 행정지도 조치를 받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1차적으로는 일단 (방역준칙을) 지키라는 행정지시를 내리고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을 경우에는 행정명령을 통해 3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고 주말에 예배를 강행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 대해서 예배를 포함한 일체의 집회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2000여 명이 밀집해 집회를 했을 뿐 아니라 참석자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고, 일부 신도들은 마스크조차 쓰지 않았다"며 "시정을 요구했지만 교회 측이 묵살하는 등 방역수칙을 무시해 집단감염 위험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행정명령 발동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4월 5일까지 사랑제일교회에서는 예배를 포함한 집회가 금지되며, 이를 어길 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1인당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정부가 행정명령과 구상권 청구 등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대책을 뒤늦게 내놨지만 전국 곳곳에서 무뎌진 사회적 거리 두기의 흔적이 포착되면서 감염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들은 비교적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지키지만 10·20대 젊은 층이 빈틈"이라며 "개강을 연기했다지만 카페에 모여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만남을 지속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는 만큼 이들을 타깃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집중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국내에서 3차 유행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 김연주 기자 / 최현재 기자 / 경주 = 우성덕 기자 / 이상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