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복수의 판사·검사는 텔레그램 '박사방'에 입장해 성착취 음란물을 시청한 자에 대한 처벌이 영상 내려받기 입증 여부에 달려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를 '소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 제11조 제5항은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소지한 자에게 1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텔레그램은 이용자가 자신에게 전송된 동영상을 보기만 해도 영상이 본인 스마트폰에 내려받기 된다. 이렇게 되면 이용자가 동영상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하더라도 음란물을 소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채팅방에 입장해 있는 것만으로 음란물을 소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 역시 적지 않았다.
성폭력 사건 전문 법관은 "한번 내려받기 했다면 사후에 이를 지워도 음란물을 소지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 입장해 있었다고 해서 '소지'로 판단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른 형사 법관은 "방에 입장해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법에 규정된 '소지' 행위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면 채팅방에 입장한 사실을 아동·청소년 음란물 소지로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청법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성가족위원회에는 음란물·정보통신망과 관련된 아청법 개정안 4건이 계류돼 있다. 지난해 11월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아동·청소년 성착취 음란물'로 용어를 바꾸고, 단순 소지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사방과 동일한 유형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아직까지 없다. 한 검찰 간부는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복제·배포한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시청 행위에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마땅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희영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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