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망 중립성 2라운드, 네트워크 슬라이싱 사회적 합의 관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전자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http://img.etnews.com/photonews/2003/1284885_20200323160656_457_0002.jpg

전자신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영하는 제2기 망 중립성 연구반 핵심 과제는 5G 네트워크슬라이싱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제도 개선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5G 인프라 초고속·초저지연 성능을 극대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했지만, 데이터 트래픽 차별로 일반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통신사(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진영 간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도입을 위한 기술적 조치 등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신뢰에 기반한 합의를 시도해야 한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둘러싼 시장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망중립성 논의 배경은

옛 방송통신위원회는 2011년 m-VoIP(모바일인터넷전화) 등으로 통신사와 CP 진영 간 갈등이 표면화된 이후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콘텐츠·서비스에 따른 트래픽 차별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IPTV와 VoLTE 등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반드시 유지해야 하는 서비스를 '관리형서비스'로 지정, 일반서비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합리적 차별을 허용했다.

이후 망 중립성을 둘러싼 갈등은 다소 소강상태였지만, 통신사가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을 도입하려는 것을 계기로 논쟁이 재점화됐다. 통신사는 스마트공장·자율주행차 등 반응성이 중요한 '미션 크리티컬' 서비스를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적용한 최적화되고 특수적인 품질 관리가 필수라고 판단, 관리형 서비스 정의에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추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CP는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양 진영간 논의는 이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기존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은 통신사가 최선형(일반) 인터넷서비스 품질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관리형서비스를 허용한다고 포괄적으로 규정했다. 향후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넘어 진화된 혁신 서비스가 등장할 때에도 관리형서비스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즉각 판단할 수 있도록 기준 정립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 같은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성한 1기 망 중립성 연구반에서는 기존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적용했던 관리형서비스 개념을 넓혀 '특수서비스'로, 기존 최선형 서비스는 '일반서비스'로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인터넷 접속뿐만 아니라 기기 제어 등에도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것이다. 특수서비스 제공 조건으로 △망 중립성 회피 목적으로 활용 금지 △일반 인터넷 품질의 적정 수준 유지 △충분한 망 용량 확보 △인터넷접속서비스와 논리적·물리적 분리 등 쟁점을 도출했다.

◇관리형 서비스 구체화 '쟁점'

2기 망 중립성 연구반은 각 쟁점에 따른 조건을 구체화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핵심 과제다.

일반 인터넷 품질 적정수준 유지 조건과 관련, 통신사와 CP 진영 모두 큰 틀에서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특수서비스 제공이 일반 인터넷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는 수단으로 논리적 망 분리를 허용할지 여부에 대해 근본적인 이견이 존재한다. 논리적 망 분리 수단으로써 구체적 기술방식을 규정하는 일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포함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 작업을 위한 출발선으로, 통신사와 CP 진영 간에 최우선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네트워크 슬라이싱 허용 방향으로 합의가 도출되는 것을 전제로 일반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적정수준에 대한 기준을 정하는 것도 쟁점이다 적정 수준을 통신속도, 지연시간 등 객관적 지표로 지정할 경우, 최소한의 품질요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대적 기준으로 확립하기도 모호한 실정이다. 통신사와 CP 진영 의견을 포괄한 적정성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관리형 서비스가 망 중립성을 회피할 목적으로 이용돼선 안 된다는 조건을 놓고도 논점이 형성된다. 고화질 CCTV와 같은 서비스의 경우, 일반 인터넷으로 서비스할 수 있으며 목적에 따라서는 실시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적용, 영상전송 지연시간을 단축하는 기술을 적용 가능하다. 이 같은 쟁점을 두고 일반인터넷으로 제공 가능한 서비스를 관리형 서비스로만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신사는 가급적 자유롭게 관리형 서비스를 활용하고 싶어하는 반면에, CP 진영은 네트워크 슬라이싱의 관리형서비스 불허 또는 최소한의 도입을 주장한다.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 확보 방안도 각종 기술적 조치 등을 고려해 투명성을 관리할 주체를 선정하고,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데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

2기 망 중립성 연구반이 관리형 서비스를 둘러싼 다양한 쟁점을 본격 논의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 CP의 경우 연구반 참여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지만 우선 다수 CP가 참여하며 논의가 시작됐다. 과기정통부로서는 망 중립성 정책 협의틀을 유지한 채 기술적 쟁점을 확인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게 과제다.

◇5G 국가비전 따른 '결단' 필요

5G는 국가 차원 초연결 인프라 역할이 부여됐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논의 절차를 유지하되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허용에 대한 우려를 보완, 혁신 서비스 창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비등하다.

망 중립성은 먼저 보낸 데이터를 먼저 처리하도록 하는 '선입선출' 방식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용자 간 형평성을 강조할 경우에는 네트워크 혁신이 일어날 여지가 적어진다. 하지만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하면 기존의 네트워크 패러다임과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어 이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최적화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제까지 없었던 서비스가 등장할 기반이 마련된다. 글로벌 기술기업은 이미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활용한 원격의료와 스마트공장 등 서비스모델을 상당부분 구체화했다.

세계적으로도 유럽연합(EU)은 이 같은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강력한 망 중립성 정책을 운영하면서도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허용하는 내용의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 개정을 추진 중이다. 5G 시장 주도권을 쥐겠다는 명확한 비전에 따라 움직인다.

우리나라도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통한 초연결 인프라 선점효과를 위해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대한 결론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대근 잉카 리서치앤컨설팅 대표는 “유럽연합은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5G 로드맵에 맞춰 망 중립성 규제를 완화, 5G 시장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며 “우리 정부도 국가 비전을 먼저 제시, 속도감 있게 5G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종희기자 jhchoi@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