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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매출 11조원 '아일랜드의 유니클로'도 우한코로나 여파에 도산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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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유니클로’로 불리는 패스트패션 업체 ‘프라이마크’가 우한 코로나(코로나19)로 도산 위기에 처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프라이마크 모회사인 영국식품협회(Associated British Foods)가 곧 영국 내 189개 프라이마크 매장 문을 닫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미 유럽 다른 국가와 미국 전역 187개 매장 문을 닫은 데 이어 ‘본진’이었던 영국에서도 잠정 휴업에 들어가는 것.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지만, 프라이마크는 유럽에서는 자라, H&M을 위협하는 패스트패션 업계의 강자다. 대체로 저가를 표방하는 잡다한 패스트패션 브랜드 중에서도 프라이마크는 초(超)저가를 최대 강점으로 내세워 영국과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시장을 장악했다. 2018년 매출은 74억7700만파운드(11조1959억원). 한국·중국·대만·태국·호주를 아우르는 유니클로 인터내셔널이 기록한 11조2950억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조선비즈

영국 런던의 프라이마크 매장.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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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분석한 바로는 프라이마크 제품은 H&M보다 40%, 갭(Gap)보단 75% 싸다. 미국 매장을 기준으로 청바지 한장에 7달러, 티셔츠 하나에 3.5달러 수준이다. 비슷한 기본 디자인 스웨터드레스를 놓고 보면 갭에선 30달러, 유니클로 50달러인 제품이 프라이마크에선 14달러인 식이다.

이런 파격적인 가격 정책은 온라인을 없애고 오프라인을 고집하는 역발상에서 시작했다. 최근 대부분 패션 브랜드가 온라인 매장에 사활을 거는 것과 정반대로 프라이마크는 오프라인 매장만 운영한다.

온라인 플랫폼 개발과 관리, 소비자 지원에 들어가는 비용을 오프라인 매장을 넓히는 데 돌렸다. 프라이마크는 매장이 대부분 6500㎡(약 2000평) 이상으로 상당히 넓다. 영국 맨체스터 매장은 1만4400㎡에 달한다.

그러나 우한 코로나가 확산하자 이 정책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다른 경쟁업체는 영국 정부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일괄적인 영업 금지 방침을 내리자 온라인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SNS 마케팅을 강화하는 쪽으로 금새 방향을 틀었다.

폴 마션트 프라이마크 최고경영자(CEO)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상상해 본 적도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매장을 닫는 방법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을 고려할 수가 없었다"고 망연자실했다.

프라이마크는 현재 주요 생산공장이었던 방글라데시에 넣어둔 10억달러(약 1조2700억원) 규모 선주문을 취소했다. 중국 다음 가는 의류 수출국인 방글라데시는 우한 코로나 확진자 수는 27명 뿐이지만, 선진국발 간접 피해로 경기 침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의류 공장에 직접 고용된 인구는 총 400만명으로, 국내 총생산(GDP) 가운데 13%가 의류봉제업에서 나온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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