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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사랑'과 '제일'을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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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방역에 '성역' 없어…'행정명령' 칼이 아닌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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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진호 기자 = 따뜻한 봄볕이 창가로 스며드는 일요일의 한 교회. 상상해보면 어느 곳보다 평화로운 광경이다. 하지만 22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의 사랑제일교회는 달랐다.

서울시는 이날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해 9개 대형교회를 대상으로 지도감독을 실시했다. 거리 확보나 마스크 착용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는지 들여다보는 절차였다.

하지만 현장은 상상했던 교회의 모습과 달랐다. 예배를 보러 나왔을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공무원들과 거칠게 실랑이를 벌였다. 일부 신도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점검 나온 공무원들에게 폭언을 쏟아냈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이들은 감염 예방이라는 국민의 본분에 앞서 본인들의 '예배권'만 주장했다. 본인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를 위한 방역수칙도 지키지 않았다.

이날 현장에 갔던 시 관계자는 "공권력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분들이더라"며 "정말 힘들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서울시는 칼을 빼들었다. 예배를 강행하고 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랑제일교회에 대해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4월 5일까지 집회가 금지된다. 예배를 진행할 경우 참석자들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여기에 교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확진자, 접촉자 진료비 일체와 방역비용에 대해 구상권을 청구키로 했다.

혹자는 '종교 탄압'이 아니냐는 주장을 펼기도 한다. 자유로운 예배의 자유를 국가가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민들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역'은 없다고 봐야 맞다. 신을 믿는다고 해 의무를 지지 않는 '신민'(神民)일 수는 없다.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는 내 일처럼 생각하는 시민들의 온정이 이어지고 있다. 마스크를 사는 데 써달라며 초등학생이 돼지저금통을 보내오는가 하면 기초생활 수급자도 꼬깃꼬깃 모은 돈을 전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종교의 자유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우리 공동체의 최소한의 안전까지도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이런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납득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민 모두의 안위를 위해서는 교회도 예외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예배가 중지된 교회에 다니는 한 신도는 교회에서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지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건강하기만을 기도한다"고 말했다.

과연 사랑제일교회는 무엇을 위해 기도할까. 자식의 진로? 가족의 건강? 아니면 전광훈 목사의 안위? 무엇을 기도하든 이들의 자유다. 그러나 의무를 내팽개치고 바치는 기도가 하나님의 뜻이 아닐 것임은 분명하다. 예수도 그러할 것이다.
jinho2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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