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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정년없앤 英 청년실업 뚝…한국도 욜드를 `평생현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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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54 국민보고대회 ◆

매일경제

지난 12일 경기도 일산 빛마루스튜디오에서 이두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개그맨 서경석 씨, 정아영 MBN 아나운서, 한예경 국민보고대회 취재팀장(왼쪽부터)이 제29차 비전코리아 국민보고대회 특별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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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초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부처별 업무보고회의에서 '고용 연장'에 대한 발언을 내놓자 경제계는 크게 떠들썩했다. 당장 정년을 연장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논의를 한번 해보자는 취지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영계와 노동계 양측 모두 우려와 반발이 거셌다. 경영계는 고용 부담으로 인한 기업의 경쟁력 악화를 걱정했고, 노동계는 임금 축소와 고용 불안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지난 5년간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2%대에 머물면서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여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실제 근로자의 퇴직연령도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2013년 이후 우리나라의 정년은 60세 이상으로 법제화돼 있지만 실제 퇴직연령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5월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실제 퇴직연령은 평균 49.3세였다. 일을 그만둔 사유도 명예퇴직, 정리해고, 사업 부진 등 기업 경영 악화를 꼽는 게 40%가 넘었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정년 연장을 추진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고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기업들도 더욱 한계 상황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

정년제를 이참에 폐지하자는 논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사회 특유의 연공서열제를 없애고, 능력급제를 추진하게 되면 정년을 없애더라도 중장년층의 고용이 이어질 수 있고, 청년층의 진입도 쉬워질 것이라는 논리다.

특히 연공서열형 임금제는 고용시장의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입사 1년 차와 30년 차 근로자 간 임금격차가 4배가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어림셈으로도 고령 근로자 1명의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입사원 4명을 못 뽑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년을 폐지하고 나이에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인력을 채용한다면 이런 비효율성을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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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법정 정년제를 폐지한 국가도 있다.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1986년 정년을 법으로 정하는 것이 나이를 이유로 한 차별이란 여론이 커지면서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법'을 제정해 이를 폐지했다. 정년을 65세로 유지해왔던 영국에서도 2011년 정년이 폐지됐다.

두 나라 모두 능력에 따른 직무급제, 개인에 따라 달라지는 연봉제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고, 기업연금도 활성화돼 있기에 가능한 조치였다.

스테파노 스카페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고용노동사회국장도 "한국의 경우 의무 정년인 60세 전까지는 정규직에서 일하다가 의무 정년을 전후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식"이라며 "연공서열 방식의 임금 체계는 나이가 증가하면서 임금과 생산성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구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층을 재고용하고, 임금을 훨씬 낮출 수 있다면 유연성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비슷한 시기에 정년을 폐지한 영국과 연장한 한국은 서로 다른 결과를 맞았다. 영국은 법정 정년을 폐지한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7년간 고용률이 5.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실업률은 4%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해 21.3%에 달했던 청년실업률도 절반가량 줄어든 11.3%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016년 정년 연장이 적용된 이후 2년간 고용률이 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청년실업률도 같은 기간 10.0%에서 10.5%로 증가하며 뒷걸음쳤다.

물론 청년 일자리 감소가 정년 연장 탓만은 아니다. 하지만 최소한 정년 연장의 부작용을 가늠해보는 지표는 될 수 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에서 정년이 연장되면 일부 생산직 근로자나 공기업에 주로 적용될 뿐, 대부분 대형 사업장에는 이미 정년까지 일하는 근로자가 없다"며 "능력급제, 기업연금 등이 발판이 된다면 정년 폐지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 한예경 팀장 / 홍장원 기자 / 박대의 기자(일본) / 유준호 기자(프랑스·네덜란드·덴마크·핀란드) / 김문영 MBN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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