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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단독] 35억 추사 김정희 작품, 국과수도 '진위' 판단 못해(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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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년4개월 수사 종료…"판단 어렵다"

함평군 전시 못하고 수장고 보관…"답답"

뉴스1

전남 함평군이 소장하고 있는 추사 김정희 작품.(함평군 제공)2020.3.23 /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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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전남 함평군이 35억원을 들여 매입하거나 기증받은 추사 김정희 작품 80점의 위작 여부는 결국 미궁에 빠졌다.

23일 전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함평군은 지난 2018년 12월 추사 김정희 작품 위작 논란과 관련해 범죄 위반 혐의점을 검토해달라며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당시 군은 함평 출신 고미술 수집가 A씨로부터 매입한 30점과 기증 받은 50점 등 총 80점의 작품을 수사 의뢰했다.

1년4개월에 걸친 수사 끝에 지난 3월 중순쯤 경찰은 "진품인지 가품인지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관련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은 당시 작품 매매를 담당한 퇴직 공무원 2명과 감정을 맡은 자문위원 6명 등을 소환 조사하고 A씨와 군이 각각 진품과 위조품이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이와 더불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실 여부 감정을 의뢰해 80점에 대한 감정 역시 진행했다.

하지만 국과수에서 "위작 여부 판단이 어렵다"는 답변을 보내오면서 양측의 대립된 의견만으로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 최근 수사를 종결했다.

경찰 수사로 위작 여부가 판가름나면 A씨에 대한 사기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할 수 있지만 진품인지 가품인지 모른다는 결론이 나자 혐의 검토도 어렵게 됐다.

경찰의 수사 종결에 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함평군은 지난 2015년 관광과 학습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목표로 '추사 김정희 박물관' 건립에 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당시 이헌서예관장을 맡고 있던 A씨는 2015년 함평군, 전남도교육청과 함께 '추사 김정희 관련작품 기증 및 기념 박물관 건립에 따른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작품 50점 기증과 함께 30점을 판매했다.

하지만 작품 매입 후 때아닌 위작 논란이 일면서 군은 지난 2018년 11월 공인 감정기관인 한국고미술협회에 작품 80점을 감정 의뢰하게 됐다.

당시 한국고미술협회는 기증받은 50점 중 19점, 매입작 30점 중 13점 등 32점이 위작이라 판단했다. 매입한 13점 매매대금은 15억여 원에 달했다.

최초 매입에 참여한 전문가 자문위원과 고미술협회 전문가가 각각 '진품이다', '일부 작품이 위조됐다'로 의견이 갈렸지만 경찰 수사에서도 결론이 나지 않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전체 작품 80점의 25%인 32점이 가짜인지 아닌지 모르는 상황에서 함평군은 '반쪽짜리' 전시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구매할 때 진품이라는 판단을 받았는데 계속 논란이 이어지니 답답하다.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수장고에 작품을 보관만 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작품의 진위 여부가 가려지지 않은만큼 가품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기 때문에 박물관에 전시하는 것은 사실상 지자체 재량"이라며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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