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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국경을 맞댄 러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400명도 채 안되는 등 감염률이 낮은 데 대해 외신이 주목했다. 1월 말부터 강도높은 국경 봉쇄 정책에 돌입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한편, 사실상 종신집권을 앞두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측에서 체제 안정을 위해 수치를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도 제기됐다.
23일 오전 8시(한국시간) 기준 미 존스홉킨스대 시스템 사이언스·엔지니어링센터(CSSE)에 따르면 러시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67명으로 집계됐다. 러시아는 지난 19일에서야 코로나19로 인한 첫번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인구 1억4600만명의 러시아가 인구 63만명의 룩셈부르크보다도 확진자가 덜 나오고 있다. 이날 룩셈부르크에서 나온 확진자 수는 798명으로 러시아의 두 배를 넘는다. 인구 34만명의 아이슬란드도 확진자가 568명으로 러시아보다 더 많다. 이날까지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3만2577명, 사망자 수는 1만449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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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국경 폐쇄가 답? 러시아, 1월 말 중국과 2600마일 국경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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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지난 1월30일 이미 중국과 국경 일부를 폐쇄하는 것을 시작으로 러시아와 중국 간 오가는 인구를 통제했다.
당시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과 사이에 둔 총 25개 국경 중 16개 국경을 봉쇄시켰다. CNN에 따르면 폐쇄된 러시아, 중국 간 국경 길이는 2600마일(4184km)이었다.
또 당시 러시아는 국가간 열차 운행은 모스크바~베이징을 잇는 노선만 유지하고 나머지 국가간 열차 운행은 중단시켰다. 아울러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전자 비자발급도 중단했다.
러시아의 이같은 초기 대응책이 코로나19의 전면적 발발을 지연시키는 데 한 몫 했을 수 있다는 게 러시아 내부 및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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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진단도 초기부터…현재까지 15만6000건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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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의 멜리타 부즈노비치 러시아 대표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1월 말 부터 바이러스 진단을 시작했다"며 "진단 뿐 아니라 사례 식별, 추적, 격리 등 WHO가 제안하고 권고하는 조치를 취했고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도 비교적 일찍 시작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소비자 권익을 감독하는 연방 서비스 '로스포트레프나드졸(Rospotrebnadzor)'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러시아에서는 총 15만6000건의 코로나19 바이러스 테스트가 진행됐다. CNN에 따르면 미국에서 집계된 공식적인 테스트 수치는 없지만 지난 21일까지 약 17만명이 테스트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인구는 3억 여명으로 러시아의 두 배를 넘는다.
특히 미국이 3월 초부터 진단 속도를 높이고 있는데 비해 러시아는 2월 초부터 이란, 중국, 한국 여행객을 중심으로 공항을 포함한 대규모 시설에서 진단을 강화해왔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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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사고 은폐'의 전적있는 러시아…이번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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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과거의 '전적'이 이번 코로나19 발발 사태에서 대응을 신속히 하게 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986년 옛 소련에서 체르노빌 원자로 폭발 당시 사고 사실 축소 및 은폐로 인해 자국민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비난이 쇄도했다.
반면 러시아 내 코로나19 실제 감염률이 공식 발표된 것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심도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
사실상 종신집권을 꿈꾸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침착한 권위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러시아 정부가 수치를 관리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혹에서다.
이날 새뮤얼 그린 런던 킹스 칼리지 박사는 NBC에 "러시아 정부의 조치가 (감염자) 수치를 낮추길 바란다"면서도 "언론에 보도되거나 개인 진술에 의존한 증거들은 알려진 것보다 상당히 높은 감염률을 가리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어떻게든 (감염 확산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단 생각은 푸틴 측이 오랜 기간 러시아가 안정적 섬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 사용해온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러시아 하원은 푸틴 대통령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도록 하는 헌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개헌안은 다음달 22일 국민투표를 거쳐 확정여부가 가려진다. 이 안이 통과되면 푸틴 대통령은 29년 집권했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게 된다.
진단 키트의 성능에 대한 의심도 제기됐다. NBC는 "일부 전문가들은 시베리아 한 연구소에서 제공된 바이러스 테스트에 의문을 갖고 있다"며 "온라인 메디컬 사이언스 발간지 'PCR 뉴스'는 테스트가 경증상은 잡아내지 못할 수 있어 공식 확진 수치가 낮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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