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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여명]한국은행은 코로나에 맞설 준비가 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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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구찬 선임기자

연준, 9개국 통화스와프 체결 이어

4조弗 기업유동성 지원착수 '이름값'

연준은 하는데 우리는 못 한다?

'최종 대부자' 주저없이 행동해야

서울경제


예상을 뛰어넘는 전격적인 조치였다. 지난주 발표된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 경제 외교의 개가인가. 정부 안팎에서는 경제부총리가 미 재무장관에게 친필 서한을 보냈다는 식의 후일담이 들린다. 당국자의 노력을 폄훼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공치사는 민망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때 첫 통화스와프는 우리가 죽기 살기로 요청해 성사시켰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선제적 조치였다. 미국은 지난 2008년 한국의 통화스와프 체결 요청을 받고 한동안 미적거렸다. 그래서 리먼브러더스가 붕괴한 지 40여 일이 지나서야 성사됐다. 이번엔 달랐다. 미국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금리를 1%포인트 인하한 지 일주일도 채 안 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은 왜 한국을 포함해 9개국에 구명줄을 내렸는가.

첫 번째는 기축통화국의 숙명적 임무다. 겁에 질린 시장은 앞다퉈 달러 사재기에 나섰다. 부족한 달러 공급은 유일의 달러 조폐 국가로서는 ‘선관의 의무’ 같은 것이다. 연준은 설명자료를 통해 해외가 달러 표시 채권을 사들임으로써 미국 가계와 기업에 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달러 공급을 위해 싫든 좋든 무역수지 적자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기축통화국의 역설인 ‘트리핀의 딜레마’는 그래서다.

의문은 남는다.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도 벅찬 마당인데, 더구나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 아닌가. 해답은 시장의 공포가 국경을 뛰어넘는 ‘스필오버’ 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 금융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질리자 곧이어 열린 유럽 시장이 박살 났고 이는 대서양 건너 월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번 위기와 비견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붕괴로 금융위기가 폭발하자 아시아 시장이 열리는 일요일 밤마다 긴급조치를 내놨다. 미국의 아시아 의식은 그만큼 이머징마켓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방증이다. 금융위기 초기 구제금융에 반대하던 헨리 폴슨 당시 재무장관이 월가 수혈로 마음을 바꾼 배경에는 중국의 미 국공채 대량 투매가 있었다.

통화스와프는 미국이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리더십을 발휘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세계 경제 대통령이라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모처럼 이름값을 했지만 지금의 코로나19발 세계 경제 위기국면에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제부터 각자도생의 길로 접어들었다.

한 마리 나비의 펄럭임이 토네이도를 만든다지만 정체 모를 바이러스의 꿈틀댐은 가히 역대급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몰고 올 충격은 어디까지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소비와 생산·투자·교역에 이르기까지 실물 경제 충격은 전방위로 들이닥쳤다. 겁먹은 금융시장은 신용경색의 희생양을 찾을 태세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기금을 조성한다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지 의문이다. 그 길은 이미 경험을 해 지금은 가보지 않았던 길을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신용위기는 세금 처방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유동성이라는 백신이 최선의 방어막이다. 발권력을 지닌 중앙은행이 최종 대부자라는 것은 그래서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경제위기 때마다 역할과 책임이 커졌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양적완화에 앞서 다양한 형태의 창의적 유동성 공급 장치를 개발했다. 지금도 4조달러(5,000조원) 규모의 기업 유동성 대출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모양이다. 연준이 한다면 우리가 못 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대한 신용 보강을 해주고 한은이 이를 직접 매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지만 만약 그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한국은행은 국민 경제만 보고 주저 없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 채권을 회수하지 못할 까 봐, 그런 책임을 지기 두려워 공개시장만 조작하는 소극적인 태도로는 이름값은커녕 밥값도 못하는 것이다. 한은은 행동할 준비가 돼 있는가.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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