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 차 제로 수준이 부른 역설
공포 심리가 부른 달러 품귀 현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진=AFP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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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통상 위기 국면에서는 엔화가치가 상승한다. 일본은 대외순자산이 341조 6000억엔에 이르는 세계 최대 채권 국가이기 때문이다. 올해 1월 중국에서부터 코로나19 사태에 사우디아라이바와 러시아 사이의 석유전쟁까지 터지자 달러·엔 환율이 101엔까지 하락(엔화가치 상승)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흐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23일 달러·엔 환율을 110대를 유지하며 엔화 약세·달러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날 오전에는 112엔까지 엔화 약세 흐름이 진행되는 국면도 있었다.
외환시장의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두 통화의 금리 차이다. 달러·엔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커지면 달러 매수세가 커지면서 달러 강세, 엔화 약세가 지속된다. 반대로 두 나라의 금리 차가 줄어들면 달러 약세, 엔화 강세 현상이 일어난다.
그런데 지난 15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로 사실 양국 간 금리 차가 매우 줄었음에도 달러 강세·엔화 약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두 가지 이유를 꼽았다.
첫 번째는 금리 차가 너무 줄었다는 역설이다. 인공지능(AI) 등이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거래를 하는 프로그램 매매는 금리 차가 줄어들면 엔을 매수하도록 돼 있다. 반면 현재처럼 미국도 일본도 기준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지금은 반대로 엔을 매수할 만한 금리 차 축소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연초 2%포인트 정도 벌어져 있던 미·일 장기 금리 차이는 “과거에 유례가 없는 수준”(카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까지 떨어졌다. 이날 일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50%,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0.81%로 스프레드는 0.31%포인트에 불과하다.
두 번째는 ‘달러 지상주의’다. 미국과 일본 모두 주가 하락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시간이 갈수록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통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과 선진국 채권도 여차 하다가는 ‘유동성의 함정’에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가 달러 매수세를 키우고 있다.
이런 공포 심리하에서는 엔화를 저금리로 빌려 고금리 통화를 구입해 금리 차 수익을 창출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움직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창궐한 상황(판데믹)에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잇따라 중앙금리를 잇달아 내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확산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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