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안정펀드, 24일 대통령 비상경제회의 후 관련 금융사 1차 회의
금융시장 관계자들 "10조원으로는 부족", "증권거래세 면세도 고려해야"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기업들은 돈이 될만한 공장·사옥 등을 팔아치우며 현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 들어 경방·LG하우시스 등 13개 기업이 3432억원어치 유형자산 처분 및 양도를 결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738억원)보다 네배 이상 많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시장안정화 처방들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23일 우리나라 금융시장도 이런 불안을 반영해 크게 출렁였다. 이날 코스피는 5.3%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20원 급등(원화가치 급락)한 1266.5원에 마감했다. 정부는 각각 10조원 규모의 채권·증권 시장 안정펀드를 준비하고 있지만 규모가 커진 시장엔 못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 오른쪽)이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은행권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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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증안펀드
금융권 안팎에선 정부가 증시 회복 시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를 최대 10조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알려져 있다. 개별 종목 주가에는 영향 주지 않도록 시장대표지수 상품에 투자한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 중 구체적인 펀드 규모와 시행 시기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24일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 후 금융위는 출자 금융사들을 대상으로 증안펀드 1차 관계자 회의도 개최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내규를 마련해야 하고 투자위원회 등 절차도 있는 만큼 증안펀드는 시간이 좀 더 걸린다”고 말했다.
그러나 증시 규모가 커진데 비해 증안펀드 규모가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사들이 조성하는 증안펀드는 1990년 4조8500억규모로 조성된 적이 있다. 당시 시총(95조원) 대비 5% 수준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금융사가 아닌 증권 유관기관들이 5000억원 규모로 만든 적은 있다.
1990년 이후 30년이 지난 현재 시총은 1000조원 수준이다. 증안펀드가 최대인 10조원으로 조성되더라도 시총 대비 1% 밖에 안된다. 전직 금융 고위 관료는 “2~30조원이 아닌 다음에야 몇 조원으로 하려면 증안펀드는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증안펀드와 별개로 다양한 대책들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증권사 임원은 “증권거래세 면제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본국에 한국 주식 투자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우리나라 기업의 미래 수익성이 긍정적이라는 자료를 제시해야 하므로 이를 뒷받침해주는 정보도 제공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자금 공급 혈맥 확 뚫어야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37조원이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이 낮은 A0 이하 회사채는 5조5000억원 정도다. 영업으로 수익도 악화되는데, 대출 만기까지 돌아오면 이런 기업들은 부채를 갚지 못해 도산할 위험에 빠지게 된다.
금융위는 자금 소진 추이를 보며 채안펀드 규모 확대가 필요할 경우 현재 계획 중인 10조원에서 증액한다는 입장이다. 은 위원장은 최근 “채안펀드는 시장 수요를 못 맞출 정도로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채권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두배 이상 커져서 채안펀드 역시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당장 다음달에만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규모는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4월 만기도래 물량 중 금융투자협회 통계가 집계된 1991년 이래 최대치다.
이와 별도로 금융위는 8조5000억원 규모 정부 보증 대출 대책도 내놓은 상태다. 그러나 이마저도 1000만명이 넘는 소상공인들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지방자치단체 산하 신용보증재단(지역신보)의 인력 등 문제로 원활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시중은행에 지역신보 심사 처리업무를 위탁하려 하고 있지만, 지역신보의 고유 업무를 이관해야 하는 법률 문제로 제한을 받고 있다. 금융위는 급한대로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기업은행 등을 통해 12조원 규모의 초저금리(연 1.5%) 대출을 풀어 대응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형 항공사 등 대기업까지 흔들리는 경우를 대비한 보다 근본적인 대안이 요구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힘들어지면 대출보다 정부가 지분 매입 등으로 자본을 직접 보강해주고 나중에 회수하는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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