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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박사≠그루밍범’...N번방 양성한 ‘입법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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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해진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이비슬 기자 =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내용의 영상물을 공유하는 ‘n번방’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일명 ‘박사’로 지목되는 20대 남성 조모씨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2020.3.1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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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박사’가 탄생할 수 있었던 건 헐거운 법과 수사망 때문이었다. 그는 경찰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에 일부러 방을 팠고, 온라인만으로 협박해 손쉽게 성 착취물을 손에 넣었다.

‘나는 눈팅(지켜보기)만 한다’는 수십만 명이 이 성적 학대에 동참했다. 입법기관인 국회는 ‘OO사건’ 때마다 긴급토론회를 열었지만 ‘온라인 그루밍’, ‘불법촬영 소지죄’ 같은 전문가 의견은 법에 반영시키지 못했다.


‘박사’는 그루밍 성범죄범이 아니다, 아직

텔레그램 '박사방'의 '박사' 조모(26)씨는 현행법상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음란물 제작·배포와 형법상 협박, 강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조씨가 미성년자와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물을 찍게 한 행위 자체는 현행법상 ‘디지털 성폭력’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온라인 그루밍 처벌법’ 입법은 국회 토론회에서도 꾸준히 언급됐다. 2018년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경찰청 주최로 열린 ‘2018 사이버안전 학술세미나’에서 김재련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아동 청소년을 상대로 성적 의미가 내포된 사진을 요구하거나 성적 대화를 시도하는 행위를 범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행법상 그루밍 성범죄는 직접적인 성접촉이 있는 경우에 한해 처벌된다. 이마저도 지난해 1월 아청법을 개정해, 만 13세 이상 만 16세 미만 아동 청소년의 '궁박한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맺거나 추행하면 합의가 있었더라도 처벌하도록 하면서 이뤄졌다.

하지만 온라인 그루밍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머니투데이 더 300[the300]과 통화에서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적 의미가 내포된 사진을 요구하거나 성적 대화를 시도하는 행위를 범죄화해야 한다"며 "영국처럼 성 접촉 전 '온라인 그루밍'에 대한 처벌규정 신설도 필요하다"고 했다.


‘눈팅만 했다?’...성착취물 소지죄 입법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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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이성과의 성관계를 불법 촬영해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정준영(30)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19.3.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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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은 가지고만 있어도 처벌 가능하다. 때문에 법조인들은 N번방 사건도 미성년자 성착취물에 한해 ‘눈팅’ 회원도 처벌 가능하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N번방은 우연히 지나가다가 들른 방이 아니다. 돈까지 내면서 회원으로 가입했다”며 “성착취영상을 다운로드 받지 않았더라도 공유한 행위도 ‘소지’의 개념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성인 피해여성들의 성착취물은 '소지'만으로는 현행법상 처벌이 어렵다. ‘연예인 단톡방 사건’이나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촬영물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소지자도 가해자”라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현실화되진 못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해 6월 ‘야딸TV’ 운영자 검거 당시 “불법촬영문제가 심각해지는만큼 국회차원에서도 불법촬영물 소지죄 등 다양한 대책을 모색해 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 입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김수연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는 “불법촬영물이나 성착취물을 보는 게 곧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기에 소지죄를 입법할 필요가 있다”며 “우선 처벌의 길을 연 뒤 각 경위에 맞게 양형이 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계류된 '박사' 처벌강화법

윤소하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디지털 성폭력 처벌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법안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괴롭힐 목적으로 불법 촬영시 50% 가중처벌 조항 신설했다. N번방 ‘박사’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박사는 피해자가 연락을 끊거나 지시에 따라 영상을 찍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복 차원에서 영상을 유포했다.



'N번방 막는다'...입법논의 나선 국회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국회에서도 온라인 그루밍, 소지자 처벌 등 관련 입법 논의가 터져나오고 있다. 20대 국회를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3일 국회에서 긴급간담회를 열고 디지털성범죄 특별법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를 주최한 진선미 의원과 이인영 원내대표는 "공범자도 단죄해야 한다"고 했다.

정의당은 'N번방 방지법' 제정 원포인트 국회 소집을 제안했다. 심상정 대표는 'N번방 방지법'에 △성착취물 생산자·유포자·이용자 처벌 △피해자 지원 강화와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수사·처벌 실질화 △성적 촬영물 유포를 빌미로 협박하는 행위 처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촬영과 유포에 대한 형량 강화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진 기자 realse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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