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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버텨? 말아?"…1.5조 ELS·DLS '원금손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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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지난해 사상 최고액 발행

-ELS·DLS 원금 손실 규모 1.5兆

주가연계증권(ELS)과 파생결합증권(DLS)의 원금 손실 규모가 1조5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저금리 시대, 투자 대안'으로 꼽히며 인기를 끌어온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면서 투자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기로에 섰다. 일정 손실을 감안하고 중도 상환을 하거나 만기까지 기다려보는 방법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투자 시점, 손실 규모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가 원금 손실 가능성이 발생했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DLS는 모두 1077개로 집계됐다. 이들 상품의 미상환 잔액은 총 1조5094억원에 이른다.

ELS는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같은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예금 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파생상품이다. 주식 투자보다 위험이 낮으면서 예·적금보다는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행한 ELS 잔액은 약 100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증시가 안정적일 때는 '중위험·중수익'이 될 수 있지만 요즘처럼 증시가 급락할 땐 '고위험' 상품이다. 통상 ELS는 기초자산 중 어느 하나가 기준가보다 35~40% 이상 하락하면 원금 손실(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글로벌 증시 및 원유 가격이 고점 대비 40~50%까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ELS·DLS가 속출하고 있다.

현재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최근 1년간 고점 대비 65.9%, 브렌트유는 63.8% 폭락했다. 원유 DLS의 90% 이상이 원금 손실 구간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또 유로스톡스(EuroStoxx)50 지수는 지난 1년간 고점 대비 34.1% 하락한 상태다. 원금 손실 조건이 발생한 ELS·DLS 대부분이 해당 자산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유럽 경제 위축과 석유 전쟁이 지속될 경우 ELS·DLS 손실 규모가 눈덩이 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WTI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의 지난 2월 기준 잔액은 9140억원이고, 원유 DLS의 대부분은 기초자산에 WTI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체 ELS 잔액(48조6296억원)의 약 85%가 유로스톡스5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ELS와 D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현재 손실 구간으로 접어들었더라도 만기 때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만기 때 주가나 유가가 더 크게 하락한다면 손실규모가 훨씬 커진다. 중도 상환을 할 지, 만기를 기다려 볼 지가 헷갈리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의 투자 시점, 손실 규모에 따라 해법이 달라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다만 향후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만약 만기가 1년 이상 남았다면 좀 더 기다려보는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험상 작은 위기는 평균 1년, 금융위기 같은 큰 위기는 3년 정도면 회복 사이클이 도래한다"면서 "금융위기 때도 3년 만기를 채운 고객 대부분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챙겨갔다"고 했다.

다만 그는 "당장 만기가 한 두달 밖에 남지 않았다면 상황이 다르다"면서 "만기 때 기초자산이 더 크게 하락할 것 같다면 중도 환매를 받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환매는 상품마다 다르지만 통상 공정가액의 95% 수준으로 지급되고, 중도해지수수료가 발생한다.

또 본인의 투자상품이 '녹인'인지, '노(NO) 녹인' 상품인지도 중요하다. 통상 '노 녹인' 상품은 만기 시 목표 기준가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스탁스50 지수가 포함된 '노 녹인' 상품이라면 대부분 노 녹인 조건이 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녹인 ELS는 통상 기초자산의 종가가 최초기준가격의 65% 이상이면 약속된 수익률을 지급하지만, 노녹인 상품은 최초기준가격의 80%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등 조건이 더 엄격할 것"이라면서 "만기 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에 여유가 없다면 조기 상환 기회를 노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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