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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새만금 갈등 상징 ‘장승벌’에 닥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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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새만금 해창갯벌에 세워진 장승. 이만수 작가 제공


전북 새만금사업지구 내 해창갯벌에는 ‘장승벌’이 있다. 2000년부터 지역 어민, 4대 종단, 환경단체, 문화·예술인 등이 새만금 갯벌을 지켜내자는 염원을 담아 장승을 세운 갯벌이다. 장승 숫자만 50여개에 달한다. 장승벌은 이후 전국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학생들의 환경교육장으로 이용돼왔다. 2003년 3월28일부터 5월31일까지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펼쳐진 ‘갯벌 보존 삼보일배’도 이곳에서 시작됐다. 장승벌이 새만금 보전운동의 성지로 인식되고 있는 이유다.

그런데 20년간 세워져 있던 장승들이 해체 위기에 놓였다. 2023년 개최될 예정인 세계 잼버리대회 장소와 겹치면서 이곳에 진입로가 건설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들은 굳이 장승벌을 없애 진입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에 반발하고 있다. 세계 스카우트들에게 친환경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장승벌 대신 도로를 건설하겠다는 발상 자체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창 장승벌 보전을 염원하는 전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 40여곳은 23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해창 장승을 훼손하는 진입로 계획을 변경하고 과거 갯벌이었던 원형부지를 야영지로 활용하는 친환경적 잼버리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농어촌공사 새만금사업단이 세계 잼버리대회가 개최될 부지를 조성하기 위해 새만금 간척지 내 해창갯벌에 진입도로를 건설할 계획인데 이는 장승을 없애버리겠다는 것”이라며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는 하나 환경보존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을 무시하는 야만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새만금 잼버리 조감도에는 주 진입로와 보조 진입로가 장승벌이 아닌 곳이었는데 계획을 바꾼 것”이라면서 “바뀐 이곳 진입도로는 잼버리 부지의 맨 끝에 위치하고 있고, 교량을 설치해야 하며 주차장과 멀리 위치하는 등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차장과 가까운 비득치교차로, 혹은 행사장 중심부에 인접한 신재생에너지테마파크 쪽 도로와 연계해 진입도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전북스카우트연맹 관계자도 해창 장승은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환경보전의 정신과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갈등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민주주의의 교육현장이라며, 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체들은 “도로를 건설하려면 매립을 해야 하는데 대규모 갯벌 매립은 잼버리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며, 잼버리 본부에서 이런 반환경적인 잼버리 부지 매립공사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잼버리 행사 후에 갯벌이 복원될 수 있는 생태적 관점의 계획을 재수립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박용근 기자 yk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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