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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9 (화)

“매출 95% 급감, 200명 인건비도 못줘”…인천공항 면세점 ‘문닫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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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3층 면세지역이 텅 비어 썰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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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이용객이 90% 이상 줄어 손님이 뚝 끊긴 인천공항 식음료점과 면세점들이 매장 문을 닫을 위기에 놓였다. 이들은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임대료 인하와 휴업 시 임대료 면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3월1일부터 22일까지 인천공항 이용객은 50만554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87.2% 줄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22일 하루 이용객은 1만3331명으로 93.2% 감소했다. 특히 22일 출국객은 3620명으로 96.4% 감소했다.

출국객이 대부분 이용하는 인천공항 식음료점과 면세점들의 매출도 곤두박질하고 있다.

인천공항 제1·2여객터미널에서 직원 200여명을 둔 ㄱ면세점은 지난 22일 하루 매출이 800만원 정도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5% 감소한 것이다. ㄱ면세점은 3월 전체 매출을 6억7800만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ㄱ면세점이 공항공사에 납부하는 월 임대료는 14억85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2배가 넘는다. 임대료도 턱없이 부족한 데다 직원 인건비조차 줄 수 없는 상황이다.

직원 2300여명이 있는 ㄴ면세점은 지난해 하루 평균 3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지난 22일은 4억원에 불과했다. 공항공사에 월 280억원의 임대료를 내는 ㄴ면세점은 3월 전체 매출을 7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천공항에 입점한 중소·중견을 비롯해 신라, 롯데, 신세계 등 ‘빅3’ 대기업 면세점들도 매출이 90% 이상 줄어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 이 때문에 ㄷ면세점은 이날부터 탑승동의 4개 매장의 문을 닫았다. 또 전체 107개 매장 중 14개 매장은 심야에는 항공기가 없어 오후 9시30분까지 단축 영업을 하고 있다.

식음료점은 공항 이용객보다 상주직원들의 식당으로 전락하고 있다. 전체 214개 매장 중 19곳이 문을 닫았고, 160곳이 단축영업을 하고 있다.

면세점을 비롯한 이들 식음료점들은 공항공사에 임대료를 최대 6개월에 50% 이상 감면해줄 것과 휴업 때 임대료 면제를 요구하고 있다.

공항공사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25∼30% 임대료 인하와 중견·대기업에는 임대료 3개월 납부유예를 해주기로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시티면세점과 그랜드면세점들도 정부의 방침은 수용할 수 없다며 “임대료 감면과 휴업 때 임대료 면제를 안 해주면 문을 닫겠다”는 입장이다.

이들 상업시설이 ‘눈덩이 적자’에도 문을 못 닫는 이유는 공항공사와 체결한 임대계약서에 계약 위반 시 거액의 위약금을 물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공항공사가 여객 감소에 따라 임대료 연동제를 시행하든지. 아니면 면세점 등으로부터 선납받은 6개월 상당의 보증금을 임대료로 대체하는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매년 임대료 등으로 1조원 가까운 순익을 내는 공항공사는 공항 종사자들에게 ‘한 식구’라거나 ‘상생·공생 관계’라고 하면서 정작 폐업 위기에 처했을 땐, 정부의 눈치만 볼 뿐 특단의 대책을 못 내놓고 있는 것 같다”며 “공항공사가 요구사항을 안 들어주면 면세사업권 반납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상업시설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공항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으므로, 한 배를 탄 파트너의 입장에서 입점업체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박준철 기자 terry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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