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硏 2만2000여명·대부업체 570개사 설문
개인부채 가족 전이 '심각'… 상당수 "변제 못해"
경기침체 속 "사업지속 어렵다" 대부업체도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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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동방] 저신용자 10명 중 7명은 대부업체에서 대출 거절을 당하는 등 여전히 금융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부채가 가족이나 주변으로 전이되거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는 이용자도 한 해 19만명에 이르는 실정이다.
사단법인 서민금융연구원은 지난해 10~12월 금융수요자 2만2179명, 대부업체 570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부업체에 대출 신청이 거절당한 응답자는 70%에 달했다. 이중 66%는 자금마련을 하지 못해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마련하려 생각했다'(26%), '자살충동을 느꼈다'(14%) 등의 응답을 보였다.
개인의 부채가 주변으로 퍼지는 양상도 심각했다. 가족이나 지인으로부터 차입한 경우 변제율은 28%에 불과했고 일부만 변제(47%)하거나 변제의사는 있으나 현재 변제하지 못하고 있는(25%) 자도 상당수였다.
대부업체에서 거절당한 저신용자가 자금마련을 위해 선택하는 경로 중 30% 가량이 가족이나 지인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 사정의 심각함을 나타냈다.
다만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찾는 사례가 예년에 비해 늘어난 것(8.8%→17%)에 연구원은 유의미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햇살론에 비해 고금리이면서 대출기준을 완화한 햇살론17이 최근 저신용자들에게 유용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햇살론17로는 부족해 불법 사금융을 이용한 수요자가 지난해 19만명, 규모는 3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평균 2개의 불법 사금융업자와 거래하고 법정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와 관련,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사금융에 내몰리는 것도 모자라 불법고금리는 물론 채권추심에 시달리는 실정에 대해 연구원은 우려의 뜻을 밝혔다.
대부업체들도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2018년 2월 대부업에 대한 법정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후 30% 이상의 대부업체가 대출을 축소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응답업체의 70% 가량이 적자가 예상된다고 밝혔고, 실제 37%는 적자른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대부업체가 현 체제에서 예상 사업 존속기간은 평균 2.4년,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될 때를 가정하면 1.6년에 불과할 거라 응답했다.
연구원은 이처럼 저신용자, 대부업체 모두 어려운 사정에 올해 초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덮쳐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서민금융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시장·기관·상품별 탄력적 최고금리정책 △한국형 소액 대부업 구축 △불법 사금융 접근차단 노력 △자활교육·재무상담·채무조정기능 확대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햇살론17 등 정책금융상품이 궁극적으로 시장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다"며 "저신용자의 금융소외 해소를 위한 제도 간 연결고리를 잘 꿰맞춰야 하는데, 미국과 영국의 비영리 채무상담기구 같은 기능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병근 기자 sb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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