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안정펀드·P-CBO 더해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도 만지작
대한항공(2400억원), CJ대한통운(1200억원) 등 4월 6.5조 만기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2020.3.1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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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전민 기자,김승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는 신용경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가 '10조+알파' 규모의 채권시장안정펀드(이하 채안펀드)와 3년간 6조원대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도입을 결정한 데 이어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 활용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등 '3종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채안펀드와 P-CBO를 통해 당장의 급한 불은 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를 내놓는 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보다 구체적이고 과감하게 제시해 시장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2월 말까지 만기인 회사채 총 50조8727억원 중 4월에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총 6조5495억원이다. 이를 4~6월(2분기)로 확대해 보면 14조7475억원 규모에 이른다.
보통 만기가 도래하면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만기 회사채를 갚는 차환 방식을 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 이상징후가 나타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이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채권시장에서 기업들이 제대로 차환하지 못하면 파산으로 연결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가) 빨리 (자금을) 만들어 푸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책 발표를 앞두고 막판 가다듬기 중이다.
채안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하는 펀드다. 지난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이번에도 채안펀드 규모는 최소 10조원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008년에 10조원 규모로 했으니 상식적으로 커지지 않겠느냐"면서 "최소 그 정도"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 자원을 활용한 1조7000억원을 포함해 3년 간 6조7000억원 규모로 P-CBO를 발행하기로 한 상태다. P-CBO는 낮은 신용도로 회사채를 발행하기 힘든 기업의 회사채 차환 발행 또는 신규 발행을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2000년과 2003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돕기 위해 이를 발행했다.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 활용도 검토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9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회사채를 인수해 기업들의 급한 자금수요를 지원하는 신속 인수제도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언급했다.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는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업이 사모 방식으로 또 다른 회사채를 발행하면 이를 산업은행이 인수해주는 것을 말한다. 회사채 물량의 80%는 산업은행, 20%는 채권은행과 기업이 나눠 인수한다. 이는 외환위기 시기인 지난 2001년 6개 기업(하이닉스, 현대건설, 현대상선, 현대유화, 쌍용양회, 성신양회)을 대상으로 1년 간 약 3조원 규모로 처음 시행됐다. 2013년에는 건설과 조선, 해운, 철강 등 경기취약 업종의 한계기업에 모두 6조원 가량이 투입됐다.
올해 4월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기업 중에는 코로나19로 여객 수가 급감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한항공(2400억원)을 비롯해 롯데칠성음료(2200억원), 한일홀딩스(1500억원), 만도(1500억원), 하이트진로(1430억원), CJ대한통운(1200억원), 호텔롯데(1200억원), 현대건설(1000억원) 등이 있다.
이번에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가 시행된다면 2001년, 2013년 때보다도 그 규모와 범위가 커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은 업종이 한두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은 항공, 관광, 유통 등 업종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산업은행이 특정 기업의 회사채를 인수해주기 때문에 특례 논란에 빠질 수도 있다.
회사채 시장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홍 경제부총리의 발언대로 조만간 정부가 발표할 정책에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가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이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점도 산업은행이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시행 여부에 관해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정부의 대응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일부는 자금과 속도 면에서 보다 전향적인 대책이 제시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황세운 연구위원은 "채안펀드는 최근 여러가지 경제 정책에서 우선순위와 중요도가 가장 높은 정책"이라면서 "(신용경색 해소를 위해) 일단 15조원 정도만 만들어주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봤다. 이어 "일단 채안펀드와 P-CBO만으로도 시장 안정화에는 상당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지원 규모 등이 조금 더 전향적이고 전폭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4월 만기가 많이 몰린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를 포함한 특단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교수도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 등) 모든 옵션을 올려놓고, 그때 그때 시장 상황을 보고 (실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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