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본 26만 전원 처벌해야"…'n번방·박사방' 공범범위는

미성년자 영상 소지만 해도 처벌…일반음란물 처벌조항 없어

"방에 들어간 사람도 공범이니 법 적극 해석해 처벌해야"

정려원 인스타그램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영상이 공유된 일명 '박사방·n번방' 사건이 수면위로 드러나면서 국민적인 분노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단체에서는 텔레그램의 n번방과 박사방에 참여한 인원으로 추산되고 있는 26만여명을 모두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에 관여한 공범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여론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불법촬영물을 보는 행위만으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돈 내고 시청한 회원 가입 절차가 복잡하지 않냐"라며 "가상화폐까지 사용해야 하는 과정과 절차라면 일단 시청이냐 소지냐의 여부를 떠나서 전체적인 범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청만 가지고는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며 "다운로드를 받아서 자신의 모바일기기 등 컴퓨터든 태블릿이든 이런 데 가지고 있느냐 여부, 증거의 확보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따르면 미성년자가 찍힌 영상을 소지하고 있다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경찰이 현재까지 파악한 박사방 피해자 74명 중에는 미성년자 16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 의원은 "그마저도 미성년자 피해자에 대한 것일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라는 상당히 약한 처벌이다"라며 "국민들이 분노하는 만큼 처벌이 연동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낮아서 많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하는 영상을 촬영하고 공유한 혐의를 받는 '텔레그램 n번방'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사상 첫 200만명 이상의 동의를 기록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2020.3.22/뉴스1

이은희 변호사도 "현실적으로 당장 처벌은 어렵고, 입법 공백의 문제"라며 처벌의 전례가 없다는 점을 언급했다. 또 영상을 소비하는 수요는 결국 공급자에 의해 창출되는 것이므로 "유포 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양형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방에 들어가 있던 사람들은 소극적으로라도 동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공범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법을 보다 적극적으로 해석해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찰은 단순 시청자도 최대한 단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단순히 영상을 시청한 이들도 최대한 수사할 방침이라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를테면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좋은 게 있으면 보내봐라' '올려봐라' 내용을 올린 이들에 대해 먼저 교사와 방조 혐의로 조사를 벌인 뒤 단순 관전자도 특정될 경우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또 불법 촬영영상을 올린 이들에 대한 수사를 위해 정예 사이버테러 전문수사관 6명을 투입해 '텔레그램 수사지원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각 국가로 파견나가 있는 해외주재관 역시 수사에 동원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소지만 하더라도 처벌하는 조항이 있지만 일반음란물 소지는 처벌조항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불법음란물의 경우 유포하면 처벌이 가능하고, 소지한 경우에는 (음란물을) 달라고 한 경우 교사죄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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