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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톺아보기] 주택 시장의 면역력을 높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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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느 때 보다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면역력은 외부 바이러스나 세균으로부터 몸을 지키는 힘이다. 신체를 보호하는 이러한 방어막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체력 저하로 인한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주택 시장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자정 기능이 있다. 시장의 면역력은 시장이 원리대로 작동하게끔 자율 조정하는 자정 능력으로 강해진다. 그러나 그동안 주택 시장은 이러한 자정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 여기엔 투기 바이러스의 탓이 크다.


투기 바이러스의 전염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아파트 신드롬을 타고 기승을 부린 복부인, 2000년대 떳다방에 이어 최근에는 SNS 공간에서의 각종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 유튜브 동영상에 이르기까지 투기 부추김과 집값 짬짜미 등 시장 교란 행위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집값 상승지역을 부르는 명칭도 2006년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목동,분당,평촌,용인)에서 최근에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도강(노원,도봉,강북), 수용성(수원,용인,성남)이라 불리며 부동산 신조어로 자리를 굳히기까지 한다. 이번 정부 들어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만도 10차례가 넘는다. 올해 2월 21일 정부가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출범시키고 특별사법경찰의 투입과 불법 행위의 제보를 받는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센터가 문을 열자 단속을 피하기 위한 부동산 은어도 천태만상이다. 아파트는 맛집으로, 부동산은 맛동산으로 비유되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해프닝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의 코로나19 시국은 주택 시장의 면역력을 시험하는 또 하나의 복병이 될 것이다. 아직 이렇다 할 시장 지표상의 변화를 포착하기에 이르지만 각국 정부가 지금을 전시 상황으로 간주하고 있는 만큼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복합 불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외부 충격을 경험한 적이 있다. 집값 하락 뿐 아니라 건설업체 부도, 대량 실직, 대규모 미분양, 하우스 푸어, 깡통 주택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투기와 가수요로 과도하게 부풀려진 집값은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을 것이다. 주식 시장과 금융 시장이 요동치고 있는데 주택 시장만 건재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주택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요즘은 내 명의로 집값을 신고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지만, 부동산 실명제(1995)와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제(2006)의 도입 당시만 해도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되며 거래 위축이라는 반발이 컸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투명하지 못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맹점을 해소하는 단초가 되었고, 최근 변종 부동산 투기의 양태에 대해 비정상 거래를 포착하고 부동산거래질서 교란행위 신고 센터가 작동할 수 있는 초석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미완이다. 투기를 근절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부동산 시장을 만드는 데는 정부 몫만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민 의식도 고양되어야 한다. 또한 투기와의 근절로만 면역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시장 충격에 강한 시장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사적 임대인 위주의 시장을 견제할 공공주택의 존재감이 커지야 하며, 주거약자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권이 시장에서 밀려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지난 3월 20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까지의 중장기 주거복지대책을 담은 일명 '주거복지로드맵 2.0'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주거 안전망을 강화함으로써 그러한 역할을 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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