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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ELS, 4조5938억 원금손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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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6兆 발행…잔액 48兆

한달만에 손실구간 ELS 890여개

유로스톡스 폭락시 손실 현실화

[아시아경제 이민지 기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무참히 무너지면서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ELS는 주요 지수와 개별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가격변동에 따라 수익을 거두는 상품으로, 발행잔액은 약 48조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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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ELS 6조원 발행…한 달 만에 손실구간=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지수들이 전달 대비 30% 넘게 떨어져 이를 근거로 발행한 ELS 상품들이 줄줄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2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발행된 ELS는 총 1435개, 6조5278억원 규모로 90%가량이 미국, 유럽, 일본, 홍콩 주요국들의 지수에 투자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달 만에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ELS는 890여개로 약 4조59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지수는 대부분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두고 있다.


유로스톡스50지수는 20일(현지시간) 2548.50으로 마감해 전일 대비 3.85% 상승 마감했다. 주요국들이 증시회복을 위해 공격적으로 유동성 공급 발표에 나서자 반등세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지난달 장중 기록한 역대 최고 수준(2월20일)과 비교하면 35%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달 유로스톡스50을 기초자산으로 발행한 ELS 중 원금 손실위험이 큰 구간은 2월2~24일이다. 이 기간 지수는 3700~3800대에서 움직였는데, 현재 주가는 이 기간 대비 평균 34% 정도 하락한 상태다. 통상적으로 ELS 손실구간은 50~65%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당시 기준 가격보다 35~50% 하락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김고은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ELS의 기초자산 중 발행 비중이 가장 높은 자산은 유로스톡스50 지수"라며 "2000포인트까지 지수가 깨지면 만기를 앞둔 ELS 투자자들의 원금손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종목형 ELS의 손실도 우려된다. 종목형 ELS는 주가 움직임이 크지 않은 우량주를 기초자산으로 발행하고 있지만 최근 주식시장에서 대부분의 종목이 큰 폭으로 하락해 일부 종목은 손실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달 28일 만기를 앞두고 SK이노베이션과 LG전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KBableELS제873호(ELS)'는 만기평가일에 최초 기준가격의 90% 미만이면 원금의 10%의 손실이 나게끔 돼 있다. 발행일 기준 SK이노베이션과 LG전자의 주가가 각각 64%, 40%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만기까지 주가 회복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발행 증권사도 수익성 악화= 증권가에선 추가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할 경우 ELS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스톡스50 지수 외에 다른 주요 지수들도 하락 폭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은 고점(올해 2월19일) 대비 31% 하락했고, 홍콩H지수(2018년 1월)와 니케이225 지수(올해 1월20일)도 각각 33, 31% 폭락했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홍콩H지수의 경우 7000포인트 아래로 하락할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며 "니케이 지수는 1만3000 이하에서 원금 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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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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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주요 증권사들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ELS 상품의 손실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등 국내 16개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외 주가지수나 개별종목 주가 또는 유가 하락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생겼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투자자에게 공지한 ELS는 503개로 잔액은 6237억원이다. 최근 주요 산유국간 유가전쟁으로 가격이 폭락한 파생결합증권(DLS) 손실액(574개, 8847억원)까지 합하면 약 1조5094억원의 투자금이 원금손실 위기에 놓인 것으로 추산된다.


손실 우려 종목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으로 ELS와 DLS 각각 38개, 185개로 총 223개의 종목이 원금을 날릴 위기에 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신한금융투자(217개), NH투자증권(127개), 삼성증권(115개), 미래에셋대우(88개) 순이다.


이에 따라 발행잔액이 많은 증권사 위주로 수익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들은 ELS 자체 헤지를 위해 해외거래소에서 증거금을 내고 파생상품을 하는데 주요 지수 폭락으로 추가 증거금 납부 요구(마진콜)가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거래소는 국내 주요 증권사에 약 3조~4조원에 이르는 마진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들은 ELS 운용을 위해 자체헤지 비중을 40~80%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현재 주가수준이 유지될 경우 조기상환이 어려워 헤지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증권사들의 2~3분기 ELS관련 운용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지난달 고점에서 발행된 상품의 경우 만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어 지금 당장 손실로 바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만기 상환 때 지수가 기초자산의 50~65% 수준으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도환매를 해야 하느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은데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지 않는다면 중도환매보다는 끝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상반기나 하반기에 만기가 오는 투자자의 경우 중도환매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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