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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연임 레이스' 완수한 첫 CEO…KT 떠나는 황창규 회장 "영욕의 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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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경 사장 이후 임기 제대로 채운 첫 CEO…차기대표 내부 선출까지 완료

세계최초 5G 상용화 강행 '추진력'…상품권깡 사태·아현화재 등 공과 뚜렷

뉴스1

황창규 KT회장이 지난 2019년2월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에서 열린 MWC(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9에서 5G 세계최초 상용화에 대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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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황창규 KT 회장이 23일 오전 간소한 이임식 행사를 갖고 6년 임기를 마무리한다. 연임 임기를 제대로 마친 것은 KT 역사상 처음이다. 황 회장의 공식 임기는 이달 30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까지다.

KT는 이날 "별도의 공식행사 없이 간략한 이임식과 주요 경영진과의 오찬으로 황 회장 이임식을 갈음한다"고 밝혔다.

오찬에는 구현모 차기 KT 대표이사(CEO) 내정자 등 차기 KT 경영진들이 주로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권 바뀌며 'CEO 리스크' 터졌지만 임기 완수

황창규 회장은 지난 2013년 11월 검찰 수사 등으로 불명예 퇴진한 이석채 전 회장의 뒤를 이어 2014년 1월 KT 회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후 연임까지 성공하며 6년의 임기를 마쳤다.

연임 임기를 완수한 것은 황 회장이 KT 역사상 처음이다. 단임으로는 지난 2005년 이용경 전 KT 사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처음이다. 남중수 전 KT 사장은 임기를 마치긴 했으나 이후 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결정됐다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연임이 좌절됐기 때문에 임기를 순탄하게 마치지는 못했다.

KT는 2002년 민영화가 됐지만 정권의 '전리품'으로 취급되며 매번 정권이 바뀔때마다 CEO들이 포토라인에 서는 등 몸살을 앓았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이후 황 회장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가 시작되면서 정권 차원의 퇴진 압력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이 때문에 나왔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KT와 포스코 등 사기업 CEO에 대해 정권 차원의 압력이 있어선 안된다"면서 "흔들지마라"고 언급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KT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정치권이나 정권에서 KT 회장에 대한 여러가지 압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수보회의에서 '흔들지 말라'는 언급을 한 이후 적어도 '조직적'인 압력은 사라졌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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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이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아그란비아에서 열린 MWC19(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9.2.25/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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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체력 강화·세계 최초 5G 상용화로 KT '기초체력' 키웠다


황 회장은 '공과'가 뚜렷한 CEO로 평가된다. 우선 KT의 주 사업분야인 유무선분야 체질을 개선한 점이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황 회장은 전임 이석채 회장이 부동산, 캐피털 등으로 사업을 문어발처럼 확장하면서 KT 본연의 사업인 유무선 통신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에 따라 시너지가 나지 않는다고 판단한 렌털, 캐피탈 계열사를 과감하게 매각했다.

가입자가 급감하며 추락을 거듭하던 유선사업에는 오히려 과감한 망투자를 통해 '기가인터넷' 브랜드를 탄생시키면서 가입자 순증 및 실적 개선이라는 효과를 거뒀고 국내 초고속인터넷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초석을 다졌다. '미운오리새끼' 같던 IPTV 사업도 기가인터넷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확대해 시장 점유율 31%에 달하는 '황금알'로 변신시켰다.

무엇보다 세계 최초 5세대 이동통신(5G) 상용화를 가장 먼저 주창한 공로는 인정받을만 하다.

KT는 이석채 회장 시절 4G 롱텀에볼루션(LTE) 주파수를 포기하면서 LTE 서비스를 경쟁사보다 6개월이나 늦게 시작했다. 이로 인해 국내 LTE 경쟁에서 뒤쳐졌고, 3위 LG유플러스의 추격을 허용해 가입자 격차가 200만명 단위로 좁혀지는 등 위기가 있었다.

황 회장은 이같은 일을 반면교사 삼아 5G에서 누구보다 빨리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결정하고, 아직 LTE 서비스가 한창인 201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세계 최초 5G 상용화' 비전을 제시해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후 글로벌 주요 통신사 및 장비, 칩셋 업체들과 협력을 맺고 본격적인 5G 투자에 나섰다. 자체 5G 표준인 'SIG 규격'을 만들었고, 2018년엔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SIG 규격을 기반으로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5G 국제표준도 SIG 규격을 상당수 채택했다.

경쟁사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소모적 경쟁 대신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협력을 맺고 2018년 12월1일 5G 전파 최초 발사, 2019년 4월3일 5G 가입자 1호 개통 등 세계 최초 상용화를 이뤄내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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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회장이 2018년 11월25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KT 아현국사 화재현장을 방문, 현장을 둘러본 후 취재진과 인터뷰 중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2018.11.2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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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깡' 수사로 포토라인…아현화재로 '초연결시대' 민낯


황 회장도 검찰 포토라인을 피하지는 못했다. 대외부서에서 국회의원 후원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자회사 KTH를 통해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 국회의원 후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검찰 수사는 현재도 일부 전현직 임원에 대한 '계속수사'로 남아있다.

또 지난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로 5G 상용화를 앞두고 홍보에만 열을 올리던 '초연결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아현화재는 화재 규모에 비해 시민들이 겪은 피해규모가 '역대급'으로 컸다.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 두절로 일상과 업무가 마비된 것은 물론, 카드결제 먹통으로 해당지역 소상공인들이 영업을 하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서대문구 인근에 있던 대형병원과 서울시 119 응급구조시스템도 일부 영향을 받았다.

황 회장은 이후 1년에 걸쳐 전국 통신구 전수조사 및 수천억원의 투자로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약속을 내놨고 이는 현재도 이행중이다.

◇오디션처럼 치뤄진 '차기 CEO 선임'…내부 CEO 탄생으로 마감

황 회장은 지난 2018년 주주총회에서 KT 정관을 개정해 'KT CEO 선임절차'를 개선했다. 그간 CEO 선임에 숱한 외풍이 작용했던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2019년 주주총회에서 황 회장은 "올해는 KT 차기 CEO를 투명하게 선출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 중 하나"라면서 CEO 선출을 공식화 했다.

이후 4월 이사회를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을 거쳐 차기 CEO 내정자로 구현모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사장)이 선출됐다.

마치 예능 프로그램에서 '최후의 1인'을 선발하기 위해 진행한 오디션처럼 KT CEO 선발은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원자 공모부터 단계별 후보까지 투명하게 공개됐다.

그간 '낙하산 논란'의 핵심이었던 '이사회 후보추천'도 철저히 배제하고 모든 후보자가 공모단계부터 밟아 심사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유력후보'로 점쳐졌던 친정권 인사 및 전직장관들이 모두 낙마하고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KT맨으로 지낸 구현모 후보가 최종 내정자가 됐다.

황 회장은 "5G와 ICT 전반 현장까지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한 KT가 뛰어난 역량 보유한 신임 CEO 후보자를 모시게 돼 '글로벌 1등'을 향한 도전이 더욱 더 힘을 얻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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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창규 KT 회장과 구현모 차기 CEO 내정자가 2020년 신년 결의식 이후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KT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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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h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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