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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美 에너지기업 옥시덴탈, 아이칸과 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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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칸 CEO교체 대신 이사진 2명 추가 합의

이르면 23일 합의 사실 공표 예정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미국의 에너지기업 옥시덴탈 페트롤리엄과 '기업사냥꾼' 행동주의 투자자 칼 아이칸 사이에 합의점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은 애초 요구했던 비키 홀럽 옥시덴탈 최고경영자(CEO)의 교체를 포기하는 대신, 이사진 일부를 확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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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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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 등을 인용해 옥시덴탈과 아이칸은 그동안의 경영권 분쟁을 끝내는 방향으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로 아이칸은 홀럽 CEO 등 이사진 전원 교체 주장을 포기하는 대신 본인이 내세운 앤드류 랭험과 니콜라스 그라지아노 두 사람을 옥시덴탈 이사진에 합류하도록 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칸은 또 스티븐 체이젠 옥시덴탈 전 CEO를 이사회 의장으로 임명하겠다는 옥시덴탈 측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23일 양측이 화해 사실을 공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이칸 측은 그동안 홀럽 CEO가 셰일업체 아나다코를 너무 비싸게 매입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해임을 요구했다. 옥시덴탈은 지난해 5월 경쟁사 셰브론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아나다코를 380억달러(48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아나다코를 인수한 뒤 옥시덴탈은 승자의 저주에 휩싸였다. 특히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사이의 유가 전쟁으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이하로 폭락한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옥시덴탈 주가는 올해 초 고점 대비 78%가량 폭락했다.


미국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셰일 기업들은 대체로 올해 유가를 배럴당 55달러에서 65달러로 예측했다. 하지만 유가 전쟁과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현실화되면서 경영상황은 급격히 나빠졌다. 아나다코를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운 옥시덴탈은 저유가의 고통을 더욱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옥시덴탈은 아나다코 인수 과정에서 빌려 쓴 채무 부담도 상당한 수준이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옥시덴탈의 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410억달러에 이른다고 봤다. 일정수준 이상의 유가가 유지됐다면 옥시덴탈의 도박은 성공이 될 수도 있었지만, 저유가로 시장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경영 전반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상황 악화로 옥시덴탈은 분기별 주당 배당금을 79센트에서 86% 줄인 11센트로 낮췄다.


아이칸은 이런 배경으로 최근 옥시덴탈 보유 지분을 늘려 전체 주식의 10% 수준을 확보했다. 이후 홀럽 CEO의 교체를 요구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홀럽 CEO와 이사회에는 인수 과정에서 무리한 도박을 벌여 엄청나게 실패했다"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칸이 이끄는 투자기업 아이칸엔터프라이즈는 공시를 통해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모든 옵션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적대적 인수합병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WSJ는 "양측이 합의를 찾게 됨에 따라 옥시덴탈은 경영권 분쟁에서 숨을 돌리고 저유가 등 경영 현안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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