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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 (목)

파리눈 모방한 고해상도 카메라 렌즈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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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기 등 초박형 카메라에 활용 가능

곤충 눈을 모방한 고해상도의 초박형 카메라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렌즈가 얇으면서도 해상도가 떨어지지 않아 감시 장비, 의료영상 기기 등 다양한 소형 카메라가 필요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진은 23일 “독특한 시각 구조를 가진 ‘제노스 페키’라는 곤충의 눈을 모사해 상용 카메라보다 더 얇은 렌즈 두께와 넓은 광시야각을 가진 카메라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지난 2월 27일 국제학술지 ‘빛:과학과 응용’에 게제됐다.

최근 초소형 기기가 늘어나면서 이에 들어갈 카메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기존 카메라는 물체의 상이 흐려지는 현상인 ‘수차’를 줄이기 위해 여러 층의 렌즈 구조를 활용한다. 렌즈의 두께가 두꺼워질 수 밖에 없다. 이전에 개발된 곤충 눈 모방 렌즈는 렌즈 사이의 빛 중첩 현상으로 인해 해상도가 저해되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말벌 무리에 기생하는 파리인 제노스 페키에 주목했다. 제노스 페키는 일반적인 곤충눈 구조와 달리 하나의 렌즈에 수백 개의 광수용체를 가지고 있어 각 렌즈 마다 개별 영상을 획득 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일반 곤충들은 각 렌즈들이 ‘점’을 모아서 하나의 영상을 만든다면, 제노스 페키는 ‘저화질의 전체 모습’을 겹쳐 하나의 선명한 영상을 만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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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전보다 작은 크기의 초박형 카메라./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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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곤충의 눈에 있는 ‘색소 세포’ 구조도 구현했다. 곤충 눈에는 렌즈와 렌즈 사이의 빛을 차단하는 색소 세포가 존재한다. 이는 각 렌즈에서 나오는 영상들 간의 간섭을 막아 고해상도 영상을 획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연구진은 이 구조를 빛으로 반도체 회로를 만드는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으로 매우 얇게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렌즈들 사이의 빛 중첩 현상을 효율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최종 개발된 카메라 렌즈의 두께는 0.74mm로 이는 10원짜리 동전 절반 정도의 두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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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의 초박형 고해상도 카메라를 통해 얻은 배열 영상(왼쪽). 오른쪽은 이 영상들을 합성한 영상./KA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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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파리 눈처럼 멀리 있는 물체를 모든 렌즈에서 같은 시야각을 통해 동일한 영상을 획득하고, 이 영상들을 하나의 이미지로 합성했다. 합성된 영상은 합성 전보다 해상도가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카메라는 모바일, 감시·정찰 장비, 의료영상 기기 등 다양한 소형 카메라가 필요한 분야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기훈 교수는 “실질적으로 상용화 가능한 초박형 카메라를 제작하는 방법을 개발했다”라며 “이 카메라는 영상획득이 필요한 장치에 통합돼 장치 소형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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