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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해외 전문가 인터뷰] "일자리, 기업안전을 예금처럼 보장해야 패닉 진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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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국제경제대학원 교수

코로나19는 죽음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은 자금난 단계, 다음은 개인과 기업 부도사태다.

독일처럼 '일자리 보장'을 선언해야 패닉 진정된다.

정책금융회사를 동원해 기업에 무제한 자금 지원하라!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 중심을 강타하고 있다.”

국제경제 전문가인 리처드 볼드윈 스위스 국제경제대학원(GIIDS) 교수의 말이다.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다. 그는 인류 역사를 세계화의 과정으로 보는 경제학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공급망(GSC)에 어떤 타격을 주는지 알기 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머무는 그의 집에 전화를 걸었다..

중앙일보

스위스 국제경제대학원 리처드 볼드윈 교수는 "각국 정부가 예금보호처럼 일자리를 보장해야 코로나19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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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스위스 상황은 어떤가

A : “내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집에만 머물고 있다. 인터뷰 전화 받는 일마저 즐겁다(웃음).”

Q : 과거에도 전염병 사태가 있었다. 유독 코로나19에 세계가 떨고 있는가.

A : “지금 코로나19 사태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들을 봐라! 미국과 유럽, 중국, 한국 등이다. 글로벌 총생산(GDP)의 60~70%를 생산하는 지역의 경제활동이 둔화 또는 정지 상태다.”

Q : 2003년 급성호흡기증후군(SARS)도 중요 경제권을 강타하지 않았는가.

A : “그때는 중국과 홍콩 등 일부 지역의 경제가 일시적으로 둔화했다. 지금은 핵심 경제권의 사람들이 집밖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입국과 출국도 제한되고 있다. 유통과 소비의 속도가 빠르게 줄고 있다.”



코로나19는 경제위기와는 다른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Q : 또 다른 점은 없나.

A : “진앙이 다르다. 이번 위기는 은행이나 외환시장, 국제자본시장 등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의료보건 분야에서 시작됐다. 그런데 두려움 측면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위기보다 훨씬강렬하다.”

Q : 왜 그런가.

A : “경제위기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파산이나 실직을 두려워한다. 일종의 경제적 죽음이다. 반면 전염병 사태는 ‘원초적인 두려움(primordial fear)’을 자극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다. 사람들이 경제적 합리성에 따라 행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Q : 경제적 합리성이란 무엇인가.

A : “코로나19의 전염성은 강하다. 반면 사람 목숨을 앗아가는 확률은 에볼라 바이러스 등과 견줘 낮다. 경제적 합리성에 따르면 시장 참여자들이 두려움에 떨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경제활동을 사실상 멈췄다.”



부도사태를 막는 대책이 필요하다



Q : 미국과 유럽, 한국 등이 대책을 쏟아 내놓고 있다.

A :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와 견줘 대응이 빨라졌다. 제로금리 정책이나 양적 완화(QE)뿐 아니라 과감한 재정정책마저 제시하고 있다. 아직 각국 의회가 재난 기본소득 등을 승인하지는 않았다.”

Q : 각국 대책이 효과를 낼까.

A : “올 1월 중국에서 코로나19사태가 본격화할 때는 분명 의료보건 위기였다. 이제는 돈가뭄 사태로 비화했다. 다음 단계는 부채위기다. 기업과 신흥국이 2015년 이후 펼쳐진 초저금리 시대에 외화자금을 많이 빌려 썼다.”

Q : 다음 대응책은 어떤 게 좋을까.

A : A : “중앙은행이 돈을 푼다고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는다. 이제 각국 재무부와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이 나서야 할 때다. 특히 개인과 회사가 파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파산사태가 발생하면 경제위기가 본격화한다.”

Q : 어떻게 하면 부도사태를 막을 수 있을까.

A : “독일 재무장관 울라프숄츠가 ‘코로나19 사태에도 당신의 일자리와 당신의 회사가 그대로 있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금융위기에도 당신의 예금은 안전할 것’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이제 정부가 ‘예금보호처럼 일자리 보장 선언’을 하고 뒷받침하는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 그래야 패닉이 진정된다.” 숄츠는 사태 초기에 “기업이 원하는 만큼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독일의 정책금융회사인 KfW를 동원해 기업대출을 늘렸다. 심지어 회사채뿐 아니라 단기 자금을 빌리는 데 쓰는 기업어음(CP)까지 공격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서비스산업 세계화가 본격화한다”



Q : 세계화 흐름은 코로나19 사태로 바뀔까.

A : “코로나19는 세계화에 중대한 도전이다. 2001년 9.11테러 이후에도 이어진 국제적 인력과 상품의 이동이 제한되고 있다. 내가 보기엔 세계화 2단계가 진행될 듯하다.”

Q : 세계화 2단계란 무엇인가.

A : “이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다변화하려고 할 것이다. 어느 한 곳에 집중했다가 전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또 지금까지 세계화는 금융과 제조업 중심으로 진행됐다. 전염병 사태 탓에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가 상당히 멀어질 수 있다. 이런 때 서비스 산업의 세계화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Q : 서비스산업 세계화는 무엇인가.

A : “사람들이 거리 두며 살기 시작하면, 재택근무가 일상화한다. 수많은 업무처리가 온라인화한다. 하지만 디지털 신호만으로 모든 경제행위가 이뤄지지 않는다. 글로벌 차원의 물류와 대행업 등이 본격화할 수 있다.”

■ 리처드 볼드윈

미국에서 태어나 미국 위스콘신대학과 영국 런던정경대(LSE)를 거쳐 미 MIT대학에서 박사학위(경제학)를 받았다. 그의 박사과정 지도교수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다. 볼드윈은 세계화 전문가다. 그는 생산과 소비가 일어나는 공간의 변화가 바로 세계화라고 생각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소장을 지냈다.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국제경제대학원(GIIDS)의 국제경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글로보틱스 격변』이 있고, 공저『유럽 통합의 경제학』, 『경제 지리학과 공공정책』등이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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