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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중소기업 외상거래 리스크 관리법-외상 떼여도 80% 보상 ‘매출채권보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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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충남 당진시 소재 A기업은 OEM 방식으로 각종 특장차를 제조해 완성차 기업에 납품해왔다. 연매출이 1200억원을 돌파하며 지역을 대표하는 간판 업체로 손꼽혔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부도처리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A기업에 납품하던 B기업 대표는 눈앞이 캄캄해졌지만, 이내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매출채권보험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B기업은 매출채권보험을 통해 회수하지 못한 외상 대금 중 5억8000여만원을 보상받아 큰 자금난 없이 도산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B기업이 납부한 보험료 대비 약 35배에 달하는 보상이다. A기업과 거래하던 기업 30여곳도 매출채권보험을 통해 미회수 외상 대금 50억원을 보상받아 연쇄 도산의 위기를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다.

#2. 지난 20년간 건설회사에 건축용 철강을 납품해온 서울 송파구 소재 S기업의 김 모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건설회사의 연이은 부도로 동일 업종 기업들이 연쇄 도산하는 것을 목격, 안정적인 거래 기반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외상거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우연히 거래처로부터 신보 매출채권보험의 존재를 알게 됐고 2011년 가입해 현재까지 꾸준하게 매출채권보험을 유지했다. 그간 13개 거래처로부터 미회수 외상 대금이 발생했지만 매출채권보험을 통해 총 7억500만원의 보상금을 수령, 매번 연쇄 도산의 위기를 피해나갈 수 있었다.

매출채권보험 수혜를 톡톡히 본 S기업은 이후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기존 거래처는 보험금액을 상향해 가입하고, 신규 거래처는 보험 가입 후 거래를 시작하는 식으로 외상거래 위험을 관리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전개, 매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해 신보로부터 ‘매출채권보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우수 이용기업’으로 선정됐다. 김 모 S기업 대표는 “매출채권보험이 없었다면 벌써 회사 문을 닫았을 것이다. 우리 회사의 안정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한 일등공신은 매출채권보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외상거래 위험을 보장해주는 ‘매출채권보험’이 각광받는다. 거래 기업 부도 등으로 외상판매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경우, 손실금의 최대 80%까지 보상받을 수 있어 최근 기업들 가입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영세기업과 거래 시에도 매출채권을 떼일 염려를 덜고 기업 신용도 상승으로 대출금리 우대도 받을 수 있어 중소기업의 안정적인 경영활동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다.

매경이코노미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외상거래 위험을 보장해주는 ‘매출채권보험’이 각광받는다. 사진은 매출채권보험을 운영하는 신용보증기금 홈페이지.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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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채권보험이 뭐길래

▷받을 어음·외상매출 떼이면 보상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이 거래처에 외상판매를 하고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 발생한 손실금을 최대 80%까지 보상받는 공적보험제도다. 받을 어음만 보장해주는 어음보험과 달리, 외상매출금도 떼이면 보상해줘 보장 범위가 더 넓다. 2004년 도입한 이래 지난해 말까지 총 1만9566건에 대해 8778억원(건당 평균 450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신보에 따르면 올해 1~2월 누적 매출채권보험 가입 건수는 1696건. 지난해 같은 기간(1369건) 대비 24% 증가했다. 누적 인수금액은 2조3193억원으로 1년 전(1조8854억원)보다 23% 늘었다.

매출채권보험은 중소기업이 거래처에 물품과 용역을 외상으로 판매한 뒤 구매자의 채무불이행으로 대금을 회수하지 못할 때 떠안는 손실금의 최대 80%를 보전해준다. 신보가 중소벤처기업부 위탁을 받아 1997년부터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있는 공적보험제도다. 중소기업, 중견기업, 협동조합이 대상으로 중견기업은 평균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이어야만 보험 가입이 가능하다. 업종은 상관없고, 최근 결산일 기준 업력이 1년 이상이면 된다.

보험료율은 신청 기업(보험계약자)의 매출채권 관리 능력, 보험 가입 대상, 구매 기업의 신용도, 거래 비율, 결제기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보험 가입 매출채권에 대해 연 0.1~5%의 보험료율을 적용해 산출한다.

보험금은 구매 기업이 매출채권의 연장 결제기일(외상매출금의 경우 정상 결제기일에서 2개월 합산) 이내에 결제 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채무불이행을 하거나, 지급 불능 사유(부도, 폐업·해산 등기, 회생·파산·개인회생절차 개시 신청 등)가 발생했을 때 청구할 수 있다. 최대 100억원까지 지급된다. 구매자(외상매출이 발생한 거래 기업)별로 정해진 보험금액과 실제 발생한 손해금액에 보상률(70~80%)을 곱한 금액 중 적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경기 침체·코로나19에 더 주목

▷지자체도 보험료 지원·가입 독려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로 중소기업 경영 환경이 악화되며 신보는 매출채권보험 사업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신보는 당초 올해 연간 매출채권보험 인수 규모를 지난해와 같은 20조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 피해 우려가 높아지자 인수 규모를 2000억원 확대한 20조2000억원으로 늘렸다.

지자체와 손잡고 지역 내 중소기업의 매출채권보험료를 지원, 보험 가입 독려에도 나섰다.

신보는 지난 1월 인천광역시, 인천테크노파크와 ‘매출채권보험 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인천시는 신보에 보험료 지원금 10억원을 출연해 시내 기업이 부담할 매출채권보험료의 80%를 기업당 500만원 한도로 지원하는 대신, 신보는 보험료를 10% 할인해주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특히 타격이 큰 경상북도 소재 중소기업의 경영 안정 지원을 위해 경상북도, 경북경제진흥원과도 같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경상북도는 신보에 10억원을 출연해 매출채권보험료의 50%를 기업당 300만원 한도로 지원하고, 신보는 보험료를 10% 할인해준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입 요건을 완화한 온라인 매출채권보험 2종도 새로 선보였다. ‘온라인 심플보험’은 기존에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신용도가 취약한 일부 거래처에 대해서도 문호를 개방한 상품이다. 계약자가 가입할 수 있는 총 보험한도는 1억원, 거래처별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한도는 최대 4000만원이다. 보험료율은 1.1~1.5% 수준. 보상률은 70%다. ‘온라인 다이렉트보험’은 거래처 신용등급과 무관하게 가입할 수 있다. 계약자가 가입할 수 있는 총 보험한도는 5000만원이고, 거래처별로 가입할 수 있는 보험한도는 최대 1000만원이다. 보험료율 1~1.5% 수준에 보상률은 60%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이 매출채권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줄 것을 당부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은 영업이 안돼서보다 판매 대금을 회수하지 못해 문을 닫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경우에 대비해 매출채권보험을 적극 활용해볼 만하다. 단, 제도를 악용해 악성 채권임을 알면서도 보험금 지급을 노리고 무리하게 사업을 벌일 우려도 있다. 이는 세금 낭비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신보도 보험금 지급 심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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