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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매코미] 재난기본소득 허와 실…소비 진작 즉효 vs 표 겨냥 현금 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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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로 내수 시장이 얼어붙었습니다. 거리에는 사람이 없습니다. 자영업자 매출은 반 토막이 났고 강제 무급휴가 처지에 놓인 직장인도 얇아진 지갑에 한숨이 늘어갑니다. 모두가 어려운 시국,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여권을 중심으로 거셉니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는 정책 도입을 확정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재난기본소득이 한국 경기 부양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요. 매코미가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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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재난기본소득의 개념이 궁금합니다.

A재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돈을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침체된 소비를 진작시킴으로써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이를 두고 ‘경기 부양을 위해 꼭 필요한 긴급 수혈’이라는 입장의 찬성론자와 ‘총선용 현금 살포’ ‘포퓰리즘 정치’라는 반대론자의 의견이 대립 중입니다.

Q. 재난기본소득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배경은 무엇일까요.

A민간 정책 연구기관 ‘LAB2050’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해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할 것을 처음으로 제안했습니다. 이어 이재웅 전 쏘카 대표가 ‘1인당 50만원씩 단 한 달만이라도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리기도 했죠. 하지만 지난 3월 4일 발표된 국회 추경안에는 관련 내용이 담기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지자체를 중심으로 도입 논의가 확산 중입니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상위 고소득자 제외한 보편적 재난기본소득 지급. 1인당 100만원씩.

이재명 경기도지사 고소득자 포함 전 국민 1인당 100만원 상당의 지역화폐나 쿠폰 지급.

A 지원을 이미 결정한 지자체도 있습니다. 전주시와 서울시 두 곳입니다.

김승수 전주시장 실업자·비정규직 5만여명에게 1인당 52만7000원씩. 3개월 이내에 모두 써야. 술·담배는 구입 불가.

박원순 서울시장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정부 추경 지원 못 받는 가구에 한해 30만~50만원 긴급 지원.

Q. 전주시와 서울시는 전 국민이 아닌 일부 계층에만 지원하기로 결정을 내렸네요?

A 지급 대상 범위에 당연히 논란이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19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시민과 소외 계층을 선별 지원하자’는 의견입니다. 굳이 고소득자에게까지 돈을 줄 필요가 있느냐는 거죠.

A 반대로 ‘선별이 현실적으로 힘들고 상황이 긴급한 만큼 일단 모두에게 지급하자’는 주장이 맞섭니다. 인원을 분류하고 따로 신청을 받는 데만 해도 천문학적인 행정 비용이 든다는 이유입니다. 긴급 상황에서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속도가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Q. 정말 많은 돈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재원 마련이 가능할까요.

A 이와 관련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섭니다. 반대론자는 이 정책이 국가 재정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미 최근 1차 추경(11조7000억원)만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9.8%에서 41.2%까지 올랐습니다. 국가부채가 많은 상황에서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경우 버틸 여력이 없다는 논리죠. 국민 1인당 100만원을 지급할 경우 총 소요 예산은 약 51조원으로 추산됩니다.

A 반면 찬성론자들은 재난 상황이라는 ‘특수성’을 강조합니다. 이재명 지사는 “예산은 우선순위 문제일 뿐, 불필요하고 상대적으로 덜 시급한 예산을 줄이면 50조원을 만드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Q. 재난기본소득을 도입한 국가는 없나요.

A 해외에서도 논의가 활발합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국민 1인당 1000달러(약 124만원)를 지급하는 경기 부양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A 대표적인 우파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나 ‘월가의 비관론자’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도 찬성하고 나섰습니다. 이 밖에 홍콩, 대만, 싱가포르, 호주 등 여러 국가가 직접 소득 지원을 확정했습니다.

Q. 그런데 기대만큼 경기 부양 효과가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A 소득이 지급되면 어느 정도 경기 부양 효과는 분명 있을 겁니다. 다만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만만찮습니다. 평상시와 달리 외출을 자제하는 코로나19 사태 특수성 탓에 오프라인 소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죠. 재난기본소득 지출의 승수효과가 0.16에 불과하다는 기획재정부 분석도 있습니다. 예컨대 총 1조원을 지급할 때 경기 부양 효과가 1600억원에 그칠 것이라는 의미죠. 국가채무비율이 높아질 경우 외국 자본 이탈 가능성이 커져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도 나옵니다.

A 가깝게는 일본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09년 금융위기에 대응해 국민 1인당 1만2000엔(약 14만원)을 지급하는 ‘정액급부금’ 정책을 내놨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에 그쳤어요. 소비가 활발히 일어나지 않았다는 얘기죠.

A 코로나19 사태로 국가 경제가 심대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꼭 재난기본소득이 아니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구체적인 경기 부양정책이 나와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 2051호 (2020.03.25~2020.03.3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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