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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조선왕조의궤' 2종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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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침안장으로 제작…프랑스어와 한자로 글 적고 색연필로 그림 그려

아시아경제

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의궤 내부, 국립기메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 소장[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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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프랑스인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조선왕조의궤(朝鮮王朝儀軌)’ 2종을 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 발견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 도서관에서 자료 조사를 진행해 앙리 슈발리에가 베껴 적은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와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를 확인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선왕조의궤는 왕실의 중요한 행사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남긴 기록물이다.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는 1849년 승하한 조선 제24대 임금 헌종, 효현왕후국장도감의궤는 1843년 별세한 헌종비 효현왕후의 국장 의식이 기록됐다. 각각 10책과 6책으로 구성됐다. 크기는 가로 21.5㎝, 세로 31.4㎝다.


의궤 필사본은 동양에서 겉모양을 꾸미는 방식인 사침안장(四針眼裝)으로 제작됐다. 책등 옆에 구멍 네 개를 뚫어 실로 엮었다. 프랑스어와 한자로 글을 적고, 색연필로 그림을 그렸다. 한자 옆에는 알파벳으로 발음 또는 프랑스어를 썼다. 예컨대 ‘헌종’ 옆에 ‘Hen Tjong’, ‘Huin Tsong’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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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슈발리에가 필사한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 국립기메동양박물관(Muse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 Guimet) 소장.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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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슈발리에가 1866년 병인양요(丙寅洋擾) 때 프랑스군이 약탈한 외규장각 의궤를 참고로 필사본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외규장각 의궤는 영구 대여 형식으로 돌아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있다. 필사 작업은 1899년부터 1906년까지 한 것으로 봤다. 헌종대왕국장도감의궤 두 번째 책 내부에 ‘1899’라는 숫자가 있고, 각권 표지 오른쪽 하단에 슈발리에(H. Chevalier)의 이름과 ‘1906’이라는 숫자가 기록된 까닭이다.


슈발리에는 이미 ‘화성성역의궤(華城城役儀軌)’ 프랑스어판 소책자를 편찬해 국내에 잘 알려진 인물이다. 수원 화성 주요 시설물과 과학기구 도판을 담았다. 화성박물관은 이 자료에 대해 “화성성역의궤가 19세기 후반 프랑스로 반출돼 파리 동양어대학 도서관에 수장됐다. 가치를 눈여겨본 프랑스 국립민속박물관의 슈발리에가 조선 최초 파리 유학생인 홍종우에게 불어로 번역할 것을 의뢰해 출판했다”고 설명했다. 홍종우는 1890년 프랑스에 가서 1892년 6월부터 1년 남짓 기메박물관 연구 보조자로 근무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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