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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오동희의 思見]1929년 대공황이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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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코로나19(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했고, 이런 시간이 수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안다. 중국에서 시작해 한국과 일본을 거쳐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 등 6개 대륙 전체로 퍼졌다.

그래서 ‘몹쓸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기 위해 생존(육체적·경제적 생존)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문제는 ‘어떻게’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즉시 나타나는 육체적 사망에 대한 두려움은 각 개인과 사회가 ‘사회적 룰’에 따라 조심하면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사회적 거리를 둬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노출됐을 경우 국가의 의료시스템에 의존해 안전을 확보하면 된다.

문제는 경제적 사망의 경우다. 경제는 교환(이동)인데, 각국이 국경을 막는 등 이동이 멈춘 것이 문제다. 이는 개인이나 한 나라가 잘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경제적 사망선고는 실업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전체적으로는 공황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3개월에 접어드는 시점에 기업들에서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생산중단’의 ‘경제적 사망’의 신호들이 보인다. 개인들에게는 실업을 부르는 시그널들이다.

‘실업’이라는 단어가 처음 ‘발견’된 것은 19세기의 끝자락 어딘가에서다. 18세기 산업혁명 이전에는 실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농업이나 국가중심경제이거나 제국주의의 약탈경제여서다. 당시 고용은 안정적·사회적 계약관계가 아닌 힘의 논리에 의한 시스템이었다.

*대규모 고용시스템이 만들어진 건은 산업화 이후여서 영국의 ‘신영어사전’에 실업(unemployment)이라는 단어가 수록된 것이 1888년이었다. 1900년대 이전에 실업은 생소한 것이었다. 그래서 실업에 대한 대책도 그 이후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대규모 실업사태를 불러왔던 1929년 대공황 전후 역사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1914~1918년 1800만명 가량이 사망한 세계 1차 대전이 벌어졌고, 1918년부터 1920년까지 최대 5000만명의 희생을 이끈 ‘스페인독감’이 유행했다. 전쟁과 역병의 대유행 이후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가 늘면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1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의 경기 상승은 생산, 고용, 소득의 증가로 이어졌으나, 인플레이션의 심화로 초인플레이션이 왔고 경제성장은 1920년대 중반에 끝나고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다. 이후 모든 나라에서 불황이 시작되고 자국의 생존을 위해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이동은 멈췄다.

미국은 병든 자국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관세인상 등 국제적 안정을 해치는 것도 불가피한 위험으로 간주했다. 자국 주식시장의 급격한 상승을 누그러트리기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했고, 이 결정이 1929년 10월 24일 뉴욕증시의 대폭락이라는 글로벌 대공항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당시는 국제무역의 와해와 국경 간 생산 요소 이동의 급감이 일어났고, 전반적으로 분열의 시대이자 협력 부재의 시대였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 이후와 유사한 상황이다.

1929~1939년까지의 대공황의 해결 과정은 디플레이션의 핵심요인이었던 ‘금본위제’의 폐기(유동성 확대)와 각국의 경기부양을 위한 정책 협력이었다. 각국의 협력이 탈출의 길을 만든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코로나19가 누구로부터 왔는지 싸우지 않고, 문제를 함께 푸는 것이 1929년 이후 10년의 대공황을 다시 겪지 않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선거에 눈이 어두워 당장 위기에 노출돼 있는 국민의 안위에 무감각해지는 정치적 오판을 줄이는 것이 답이다. 1929년 대공황이 우리에게 던지는 경고는 ‘서로 협력하라’는 것이다.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ps. 이번 칼럼은 '대공황 전후 세계경제'(The World Economy Between The World Wars, 찰스 페인스틴, 피터 테민, 지아니 토니올로 공저, 양동휴, 박복영, 김영완 옮김, 2008년)의 내용에서 일부(별표 부분) 인용했습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hu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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