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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생활비 몇달째 못 줘"…치킨집 오픈도 못하고 수백만원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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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장기화로 오픈 연기 속출 "매출 뻔해 운영 어려워"

뉴스1

서울 한 식당이 코로나19로 오픈을 연기한다는 안내문© 뉴스1


(서울=뉴스1) 김종윤 기자 = "아내에게 미안하다는 말밖에 안 나옵니다. 몇 달째 생활비도 못 주고 있어요. 사업하겠다고 희망퇴직 신청하고 두 달 동안 창업만 신경 썼는데, 장사 시작도 못 하고 임대료 수백만원만 고스란히 날리게 생겼습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은 물론 개업을 준비했던 이들도 울상이다. 장사를 시작도 못 해 보고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국민 간식 치킨 프랜차이즈 믿었지만…'코로나19'에 털썩

서울 중심가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준비한 40대 김모씨는 지난달 가게 오픈을 포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뻔해 유지비 감당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게 앞에 안내문을 부착하고 분위기가 좋아질 날만 기다릴 뿐이다.

김씨는 지난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나왔다. 이후 치킨집 창업을 위해 지난 1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아이들이 등교를 안 해 용돈벌이하던 아내도 집에만 있다"며 "반년 가까이 생활비를 한 푼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가 부담해야 하는 임대료는 한달에 약 200만원. 수개월 장사를 못 한 기회비용까지 더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서울의 대학교 근처에 치킨집을 준비한 30대 A씨도 최근 SNS에 오픈 연기를 공지했다. 한 달 동안 준비 과정을 꾸준하게 홍보한 것이 수포가 됐다. 그는 "코로나19 종결 이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고 담담하게 글을 올렸다. 하지만 속은 타 들어간다. A씨는 "수년간 고민하고 결정한 선택이 시작조차 못 할 것이란 두려움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답답함을 감추지 않았다.

프랜차이즈는 서민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마지막으로 찾는 '희망끈'이다. 맛에 큰 차이가 없고 초보자도 본사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상대적으로 창업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오픈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매출이 가게 유지를 위한 최소금액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두려움에 오픈을 망설이고 있다. A씨는 "열심히 하면 폐점까지 가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결국엔 나도 포함될까 두렵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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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DB© News1 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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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택근무 장기화로 배달 수요 꺾여

코로나19 이후 외식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3∼6일 동안 전국 외식업 고객 평균 감소율은 첫 확진자 발생 이후와 비교해 65.8% 줄었다. 외출을 자제하고 있고 불특정 다수가 찾는 음식점에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배달 수요가 늘어 매장 매출을 그럭저럭 유지할 것이란 치킨집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국민간식이란 별명이 코로나19 앞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 치킨 전문점 고객 감소는 더 뚜렷하다. 전국 외식업 고객 평균 감소율보다 높은 67.3%에 달했다. 코로나19 확진자 첫 발생 후 첫 주 감소율(16.7%) 대비 무려 4배 늘어난 수치다.

배달 수요도 급격히 줄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제 불황 두려움에 지갑을 닫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어서다. 한 배달 앱 관계자는 "소비자는 재택근무가 길어지자 배달음식을 시켜먹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는 것"이라며 "최소 금액이 1만원 이상인 음식을 매일 주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폐점하는 가맹점이 등장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칫 도미노 현상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19년 말 기준 가맹산업 현황'에 따르면 치킨 폐점률은 10.6%로 모든 업종에서 가장 높다.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당장 폐점을 논의하는 가맹점주는 없으나 분위기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코로나19 끝난 이후 소비심리가 회복되면 본사차원에서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passionkj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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