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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스페셜리포트] 하급심서 쏟아지는 ‘직접 고용’ 판결…법원發 인건비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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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ㆍ기아차ㆍ금호타이어 등 기업들 잇달아 패소…"수백~수천억 원 부담 늘듯"

이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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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의 ‘친노동’ 확정판결이 이어지면서 전국 법원에서도 판례에 따른 선고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하청 근로자의 직접 고용 판결은 경영계와 노동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법원이 하청 근로자 불법 파견 문제에 대한 법적 판단을 명확히 한 것은 2014년 현대자동차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소송이었다. 당시 법원은 간접생산 공정 업무를 수행하는 2차 하청 근로자까지 직접 고용하라는 판단을 내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법원은 지휘 감독을 받는 하청 근로자는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법리를 명확히 하고,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근로자성과 업무상 재해의 범위도 넓게 인정하고 있다.

노동계에 우호적인 판결이 늘면서 근로자들이 법원에 몰려들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하청 근로자들이 승소하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현대차·기아차·금호타이어…“협력사 근로자 직접 고용하라”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도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1ㆍ2차 협력 업체 근로자들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여러 건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모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현대차 사내 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울산공장에 파견돼 현대차의 지휘와 명령을 받으며 자동차 생산 업무에 종사하는 파견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승휘 부장판사)는 1월 21일 금호타이어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 334명이 금호타이어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 가운데 파견기간 2년을 넘긴 4명을 금호타이어의 근로자로 인정하고, 나머지에 대해서는 사측이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41부(재판장 정도영 부장판사)도 기아차 직ㆍ간접 공정 업무 근로자 333명이 기아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한국GM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잇달아 패소하거나 계류 중이다. 서울고법은 80여 명의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2019년 인천지법(1심)에서 이미 승소했다. 부산고법 창원재판부와 창원지법에도 각각 근로자 151명(5건), 171명(9건)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을 심리하고 있다. 5건 모두 1심에서 승소한 바 있다.

◇“대리운전 기사 등 특수고용직도 근로자”

대리운전 기사와 택배 배달원 등 특수고용직에도 줄줄이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나오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박성규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CJ대한통운 대리점들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교섭 요구 사실 공고에 시정을 명령한 재심 결정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택배 기사들을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서정현 부장판사)도 대리운전 업체 2곳이 부산 대리운전산업노조 소속 조합원 3명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우울증이나 정신적 스트레스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는 추세다. 법원은 재해 발생 원인에 관한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적인 사실 관계 등에 따라 업무 기인성을 추정할 수 있으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보고 있다. 대법원은 징계 처분을 앞두고 우울증에 걸려 극단적 선택을 한 근로자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한 바 있다.

◇수백~수천억 원 추가 인건비 부담 현실화

법원에서 ‘불법파견’ 판결이 내려지면서 기업들의 직접 고용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송석준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제출한 ‘요금수납원 소속 전환 현황’에 따르면 인건비는 연간 2433억 원에서 3028억 원으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한국도로공사 톨케이트 수납원 5100명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자회사 행을 거부한 1400여 명 중 1250명을 본사 직고용으로 전환하면 약 600억 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금호타이어는 2017년 대법원 판결을 수용해 근로자 132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사측은 이에 따라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를 총 200억여 원으로 추산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직접 고용에 가장 큰 걸림돌은 인건비”라며 “근로자 지휘 확인 소송의 경우 원고 측은 상당히 많은 근로자를 대표하기 때문에 패소 이후 기업들이 짊어져야 할 부담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이 친노동 판결에 따른 노동 환경 변화에 대한 자문 요청이 부쩍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이투데이/김종용 기자(deep@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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