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9 (일)

0.75% 남은 한은에…소주성 주역들이 온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머니투데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7명 중 4명이 교체를 앞두고 있다. 엄중한 시기 통화정책 최고 의사결정권자들이 바뀌는 만큼 금융시장의 또 다른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일형, 조동철, 고승범, 신인석 금통위원은 내달 20일로 임기를 마친다. 한은은 관련법에 따라 이달초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각 추천기관에 후임 추천 공문을 보냈다. 한은 역시 이일형 위원 후임을 추천해야 한다.

2018년 한은법 개정에 따라 한은, 금융위 추천 금통위원은 이번 임기에 한해 임기가 4년에서 3년으로 1년 단축된다. 금통위원이 일시에 대거 바뀌는 일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한은 관계자는 "2016년 전례를 감안하면 늦어도 이달 말이나 내달 초까지는 추천기관의 추천 절차가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사 검증 속도가 이전에 비해 더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성'이 금통위원의 제1자질로 꼽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한은 기준금리는 0.75%까지 낮아졌다. 금리정책 여력이 거의 바닥난 상황에서, '비상경제시국'을 헤쳐나갈 창의성과 결단력이 중요한 시기다. 또 금통위원 교체가 시장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 일관성이나 안정성도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제도의 안정성을 지키는 게 제일 중요하다" 며 "외환시장과 기업을 중심으로 하는 국내 신용시장 안정이 현재 중앙은행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조윤제 전 주미대사가 기획재정부 추천 몫 금통위원으로 인사 검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대사는 2018년 연임된 이주열 한은 총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차기 총재 후보로도 거론된 바 있다.

머니투데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제3차 포럼 '재벌적폐 청산,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에서 조윤제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7.1.10/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조 전 대사는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참여정부에서는 대통령 경제보좌관과 주영대사을 지냈고,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 소장을 맡았다.

정권의 정책 철학을 공유하고 있고, 글로벌 통화정책 연계성이 특히 높아진 이때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분석관, 주미·주영대사로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두텁게 쌓아왔다는 점에서 유력한 금통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금통위원은 각 기관에서 추천을 받지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로 사실상 청와대 인사다. MB정부 당시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상의 추천 몫 금통위원이 2년 가까이 공석인 상황에 대해 "(정부로부터) 의견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관료 중에서는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 부위원장, 최훈 금융위 상임위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손 부위원장은 앞서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냈다. 추천기관은 달랐지만 고승범 현 금통위원, 임승태 전 금통위원 역시 금융위 사무처장을 지낸 공통점이 있다.

소득주도성장론의 이론적 토대를 만들어왔던 인사들도 후보로 거론된다. 이같은 맥락에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위원장,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후보로 꼽힌다. 경제전망을 총괄하는 한은 조사국장 출신으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도 하마평에 오른다.

학계에서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금통위원 연임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통위원은 1차례 연임이 가능한데, 현실화된 적은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초 기자들과의 다과회에서 올해 금통위원이 대거 교체되면서 통화정책에 차질이 없겠느냐는 질문에 "네 분이 다 바뀌는 것을 전제로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연임 규정을 염두에 둔 원론적 발언이었지만, '혹시'하는 가능성이 열렸고,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불안해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에 한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한은 총재도 2000년대 이후 처음으로 연임이 됐기 때문에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사와 자리라는 측면에서 보면 4명이 다 교체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말했다.

금통위원 교체 후 통화정책 지형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현재 금통위는 금융안정, 특히 부동산 시장 안정을 놓고 위원들 간의 시각이 극명하게 나뉘어져 있다.

이 가운데 지난 9일 박복영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대통령 경제보좌관으로 임명된 점이 눈길을 끈다. 박 보좌관 역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박 보좌관은 청와대 입성 전 언론 기고나 개인 페이스북에서 저금리 장기화 부작용을 우려하며, 금융안정과 자산시장 안정을 통화정책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주장해온 인물이다.

한고은 기자 doremi0@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