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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전기차株, 비트코인처럼 널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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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테슬라 흑자 발표 뒤 젊은층, 베팅하듯이 집중 투자… 3.6배 올랐다가 최근 반토막

국내 배터리 주식도 동조현상

저유가에 전기차 동력 떨어져

"미래車 대세는 그대로" 반론도

테슬라·LG화학·삼성SDI 등 전기차 관련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30대 임모씨는 요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다.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전 세계 증시가 고꾸라지는 와중에서 전기차 주식은 훨씬 정도가 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올 초 삼성전자가 5% 오를 때 삼성SDI는 15% 올랐는데, 요즘은 그 반대"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작년 말부터 미국뿐 아니라 국내 젊은 층의 '최애(最愛) 주식'이 된 테슬라와 배터리업체 주식이 '전기차 테마주'로 연동돼 움직이면서 더 심해졌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전기차 대표주자인 테슬라는 물론, 전기차 투자를 늘려온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잇따라 셧다운(가동중단)에 돌입하며 흑자 전환이 불투명해진 데다, 유가가 20달러대로 급락하면서 전기차를 향한 장밋빛 전망에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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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아닌 '기대감'에 베팅하다 참담한 결과

테슬라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건 작년 10월 23일(현지 시각) '만년 적자' 테슬라가 3분기 실적을 흑자로 발표하면서다. 흑자 규모는 약 3000억원으로 그동안 해마다 수조원대 적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미미했지만, 테슬라가 미국과 중국에서 대규모 생산을 본격화하며 미래 전기차 시장을 장악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실적 발표 전날 254달러였던 주가는 하루 10~20% 급등을 반복하며 지난 2월 3.6배 수준(917달러)까지 올랐다. 1월엔 테슬라 시가총액이 GM·포드를 합친 것보다 많아지며 "이 세상 주식이 아니다" "월가의 새로운 카지노"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실적이 아닌 미래 전망에 베팅한 결과는 참담했다. 이달 초 코로나 사태가 아시아에 이어 미국·유럽까지 확산이 본격화되자 테슬라 주가는 다시 반 토막이 났다(20일 427달러). 10% 안팎이던 하루 하락 폭이 지난 16일엔 18%까지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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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배터리 업체인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전기차 테마주'로 묶이는 주식도 테슬라 주가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지만, 올해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올 초 주가가 상승했다. 특히 테슬라 중국 공장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LG화학 주가는 테슬라 효과로 올 들어 2월 17일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며 급등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 쇼크로 주가는 연중 고점 대비 35% 빠져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미국·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수요 급감, 코로나 확산 공포로 공장을 기약 없이 셧다운하면서부터다. 코스피가 8.4% 하락한 지난 19일 LG화학 주가는 18% 하락하는 등 변동 폭도 더 컸다. 삼성SDI 주가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고, LG화학과의 소송 패소와 유가 급락의 영향을 받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하락 폭이 더 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전기차는 아직 각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는 '인큐베이팅' 사업으로, 안정된 비즈니스가 아니다"라며 "미래 실적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가 다가오며 급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 급락… 전기차 시대 미뤄지나

유가가 20달러대로 급락(20일 WTI 22.6달러)한 것도 전기차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기름 값이 이렇게 싼데 누가 전기차를 구매하겠느냐는 것이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가가 10~20달러대로 떨어지고 경제 위기가 오면 전기차는 못 버틴다는 인식이 있다"며 "이번에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 장기화로 '전기차 필승론'의 근거가 되는 각국의 환경 규제 적용 시기가 늦춰질지 모른다는 것도 악재다. 1998년 아시아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때에도 유가가 급락하자, 미국 일부 주(州)와 유럽이 환경 관련 규제를 완화한 적이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 시점에서 투자 비용이 크고 아직 적자인 전기차를 팔지 않는다고 벌금을 매길 경우, 다수 자동차 업체들이 도산할 수 있다"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유럽·미국이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환경 규제 시기를 늦출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가 단기간에 진정된다면 전기차는 제 갈 길을 가게 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도 여전히 강하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전기차로의 전환을 선언했고, 미래 자율주행차는 전기차에 적합한 구조라 대세는 바뀌기 힘들다"고 말했다.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주식이 계속 '커플링(동조화)'될 것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하락하면 경쟁력 없는 배터리업체는 하나의 부품사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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