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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조선의 자유와 희망 ‘시조’로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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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 / 관객들 호평에 폐막 6개월 만에 재연 / ‘시조’로 소통하는 가상의 조선이 배경 / 백성들의 고통 웃음으로 승화 큰 공감 / 열정적이고 중독성 강한 23개 곡 눈길 / 이휘종·양희준·이준영 주인공 ‘단’ 맡아

세계일보

시조의 나라 조선에서 펼쳐지는 청춘의 도전을 담고 있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룬 음악에 맞춰 흥겨운 무대가 펼쳐진다. PL엔터테인먼트 제공


힙합 용어로 자신만의 ‘스타일’, ‘멋’을 통칭하는 ‘스웨그(SWAG)’는 그 어원을 따져 올라가면 영국 문호 셰익스피어가 희극 ‘한여름밤의 꿈’을 쓰며 만든 단어라고 한다. 현대 힙합문화에서 다시 살아난 셰익스피어의 신조어를 가져와 새시대를 알린 뮤지컬이 있으니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외쳐, 조선)’이 주인공이다.

지난해 6월 첫 공연 후 호평을 기반으로 폐막 6개월여 만에 다시 공연이 시작된 이 작품은 초연 거의 그대로다. 재연이 결정되자마자 제작진이나 출연진 대부분이 의기투합해서 일정을 조정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 극장 특성상 초연은 객석이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여서 마치 현대화된 마당놀이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번 재연은 일반 뮤지컬처럼 무대를 올려다보며 관람하는 경험이 새롭다. 변화가 거의 없는 단조로운 무대를 보완하기 위한 듯 조명도 늘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바깥나들이가 어려워지면서 객석 빈자리를 바라보는 공연계 걱정이 크다. 그러나 지난 18일 ‘외쳐, 조선’ 공연장은 평일인데도 마스크 차림으로라도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으로 어지간한 자리는 다 채워졌다. 게다가 시조 경연 장면 등에서 무대와 척척 손발 맞춰 이뤄지는 객석 호응을 보면 관객 상당수가 ‘n차’ 관람으로서 작품을 다시 만끽하러 온 것임을 짐작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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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쳐, 조선!'의 십주 역 이경수 배우


‘회전문 관객’은 흥행 성공 뮤지컬의 필수조건이다. 무엇보다 작품이 좋아야 ‘회전문 관객’이 생겨나는데 노래의 중독성은 그 필수요소다. ‘외쳐, 조선’의 강한 매력 역시 중독성 높은 노래가 만들어낸다. 모두 23곡이 불리는데 대체로 흥겹고 열정적이다. 그중 최고 인기곡은 ‘이것이 양반놀음’인데 ‘오∼에∼오’라는 중독성 강한 후렴구로 뮤지컬 팬 귀에 착 달라붙는다. ‘나의 길’, ‘새로운 세상’, ‘정녕 당연한 일인가’ 등도 주인공들의 개성을 드러내는 노래로 인기 높다.

‘스웨그+조선’이란 이종조합처럼 내용 역시 조선시대로되 사대부는 평시조, 평민은 사설시조로 표현의 자유를 누리며 온 나라가 소통하고 정치가 이뤄지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삼는다. 임금을 모시는 최고권력자는 시조 경연대회 우승자인 ‘시조대판서’. 그러나 양반으로서 보수·기득권층이라 할 중신 홍국은 “지금은 시조나 읊으며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며 선왕을 몰래 시해하고 군국주의자로서 나라를 철권 통치한다.

주인공 단은 “시조로 유언비어를 퍼트려 민심을 어지럽게 했다”는 누명을 쓰고 죽은 평민 출신 시조대판서의 아들. 홍국이 금한 시조로 정권을 비판하는 반체제단체 골빈당을 만나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성장하고 끝내는 다시 열린 시조 경연에 참여해 임금 앞에서 이렇게 외친다. “왜 운명은 스스로 만들 수 없는가. 그저 남들이 살라는 대로 살아야 하나. 날개를 펼쳐라 세상을 자유롭게 살아갈 권리를 외쳐라…왜 우리 조선이 부끄러워야만 하나. 정녕 이것이 당연한 일인가. 후손들에게 당당히 물려줄 나라. 누구나 꿈꾸지 않겠는가. 간절한 소망은 이뤄지리. 꿈꾸던 내일이 찾아오네. 외쳐 조선!”

2017년 촛불시민혁명 즈음 만들어진 이 작품에 대해 연출 우진하는 “자신의 나라를 부끄러워하는 세상 속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단처럼 ‘이것이 정녕 당연한 일인가’라고 당당히 외쳐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타 캐스팅 없이 흥행에 성공한 ‘외쳐, 조선’의 주인공 단 역은 초연 때처럼 이휘종, 양희준, 이준영이 돌아가며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연기를 보여준다. 여주인공 진 역에는 해외무대를 마다하고 ‘외쳐, 조선’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킴 역 출신 김수하가 마치 자신을 위한 배역인 듯한 연기와 노래를 보여준다. 또 뮤지컬 ‘영웅’ 등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와 가창력을 선보였던 정재은이 진 역에 새로 합류했다. 신인들 무대에서 중심을 잡아준 십주 역의 이경수·이창용과 홍국 역의 최민철·임현수는 초연 그대로다.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4월 26일까지.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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